[오늘을 여는 시] 너머 / 임재정(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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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이것은 엄마가 잃어버린 샛길

환영 허수아비 영혼 도깨비 귀신보다 더 무서워 눈을 감는다

내겐 풍선이 들려있다

두려움도 없이 좀비처럼 풍선 안을 날뛰는, 터질 준비를

끝마친 미래

얼룩진 낮은 쉽게 세탁할 수 없는 밤이 될 것이다

비눗방울이 떠다니는 꿈에

눈꺼풀 속 한곳만 환해질까 봐 다시 눈을 뜬다

감지도 뜨지도 않은 중간이란 없어서

오늘을 끝내려고 시계를 만든 사람을 떠올렸다

- 시집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2023) 중에서


전기공이기도 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에 실린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시의 마지막 문장 ‘시계를 만든 사람을 떠올렸다’에 시선이 멈췄다. 시계는 누가 만들었을까. 찾아보니, 인류사에 최초의 시계는 기원전 약 2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해시계가 최초의 시계로 기록되어 있다. 그 뒤 별시계, 물시계, 모래시계 등이 고안되어 쓰였다. 중세 이후엔 독일의 헨라인(1485-1542)이라는 기술자가 태엽을 이용한 회중시계가 처음이다. ‘오늘을 끝내려고’ 시인이 최초의 시계를 생각하듯, 충일한 노동이 끝난 하루의 너머를 필자도 생각해봤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자의 너머에 비로소 기쁜 내일이 당도할 것이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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