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엑스포 실사단 맞이, 가로수에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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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구 마이즈텍 부산지사장

지금 대한민국은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월에는 엑스포 준비상황점검을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찾는다. 유치 결정의 방점을 찍을 현지 실사를 앞두고 부산시는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다음 달 4일 부산역으로 오는 실사단 환영을 위해 부산시는 대규모 환영 행사와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한다. 시내에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옥외 광고판도 점검한다. 부산시의 손님맞이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도로를 좌우에서 꾸며주고 있는 가로수 정비다. 특히 실사단이 이동할 시내 동선을 중심으로 가로수 정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현재 부산 시내 곳곳에서는 가로수의 ‘뿌리 융기 현상(가로수 뿌리가 딱딱한 토양에서 물기를 찾기 위해 땅 위로 솟구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이 부족해 뿌리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가로수 옆 보도블록이 파손되고, 도로 경계석도 덩달아 융기하고 있다. 가로수의 뿌리 융기는 미관상으로도 보기가 흉해 실사단 점검 전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실사단이 떠난 후에도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되는만큼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도시의 가로수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후 변화로 계절과 무관하게 가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도 발생하면서 인간과 도심의 가로수는 평화로운 공존이 불가능해졌다. 반복되는 가로수 정비로 인한 막대한 예산 낭비는 관공서의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다.

가로수 뿌리 융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도심 내 토양이 급격하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혹 비가 오더라도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곧바로 하수구로 유입된다.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가로수에 이를 공급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가로수 뿌리의 융기 현상으로 빚어지는 피해는 작게는 보도블록 훼손에서부터, 크게는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보행 불편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인도와 차도를 오가는 전기 스쿠터 등 퍼스널 모빌리티까지 급속 보급되면서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커졌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심 내 토양이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종전처럼 잦은 관수 작업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탄소와 비용이 발생한다. 토양 자체의 수분 투수 능력과 저장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는 가장 먼저 도심지 내에서 물 순환 정책을 세워야 한다. 가로수 메워심기와 띠 녹지 조성으로 녹지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빗물 저장이용시설을 건설하고 미세먼지 저감 수종을 가로수로 도입해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가로수 하부 식재를 통해 녹지를 확충하고 풍성한 가로 경관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띠 녹지와 가로수를 조성할 땐 경계석 또는 경계 엣지를 빗물이 저장되는 시설로 대체해야 한다. 한여름 가뭄 때 물 주머니를 설치하거나 별도로 살수 작업을 하는 등의 인위적인 관리를 하기보다 애초부터 관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면 2차적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이제는 부산시도 반영구적인 도심지 녹화 사업과 물 관리시설 확충으로 지구 온난화와 도시 열섬 방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도심 가로수 교체와 가로화단 정비는 비효율적이다. 부산시가 미래 지향적인 가로수 정비 정책으로 도시 미관을 개선해 불황에 지친 시민이 쾌적하게 보행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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