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등산로 등에 들개 무리 출몰…주민 ‘위협’
떼지어 다니며 사냥하거나 농작물 피해
사천시, 첫 전문포획단 운영…30마리 포획 계획

시설하우스 옆으로 들개들이 떼지어 다니고 있다. 아이 덩치 만한 성견들도 있어 주민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김현우 기자

“자주 보입니다. 떼를 지어서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무리 지어서 마을을 돌아다니면 가끔 무섭기도 합니다”

경남 사천시의 한 농촌마을 주민의 말이다.

해당 마을에는 언제부터인지 들개 무리가 마을 안쪽과 논밭 주변을 배회하며 주민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쓰레기봉투나 하우스 작물을 헤집는 경우도 잦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인근 등산로 역시 가끔 들개가 나타나 등산객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한 등산객은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이곳을 다녀간 동료가 여러 마리 개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남자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젊은 여성이나 아이들은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들개들은 일반 유기견에 비해 경계심이 강하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산으로 달아난다. 김현우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늘면서 유기견과 들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도시에 비해 유기 사례가 많은 농어촌지역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미 버려진 유기견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들개 개체 수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몸집이 작은 개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덩치 큰 개는 성인에게도 위협적이다.

여기에 한 두 마리가 아니라 6~7마리가 떼로 뭉쳐 다니는데, 고라니를 사냥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도망다니거나 사냥을 하는 와중에 농작물을 밟거나 헤집는 경우도 많다.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천읍과 정동면, 향촌동 등에서 들개 신고가 들어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봄철이 되면 들개 활동이 더 늘어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들개들은 무리를 지어다니며 농작물 등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김현우 기자

문제는 포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들개화되면 일반 유기견에 비해 경계심이 훨씬 강해 좀처럼 사람 근처에 오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보이면 멀찍이 떨어져 있다 그냥 산으로 도망가버린다.

주로 마을 안쪽과 논밭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총을 쏠 수도 없다.

들개가 주로 움직이는 곳을 파악해 덫을 놓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유기견과 달리 들개는 전문 포획단이 따로 운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다 보니 전문포획단 운영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사천시는 야생들개 전문포획단을 구성해 운영에 나선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유기견 포획은 해왔지만 들개 전문포획단 구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올해 야생들개 30마리를 포획할 계획이다.

포획에 성공하면 사천시유기동물보호소로 인계하며, 포획 이후에도 들개가 나타나지 않는지 꾸준한 관리가 진행된다.

또 포획한 들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일시적으로 보호 조치되며, 야생화가 심한 경우 공격성이 강하므로 보호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조치한다.

시 관계자는 “야생화된 들개는 경계심이 많고 공격성이 강해 포획이 쉽지 않다.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들개 출몰 신고가 필수”라며 주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