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주민 원자력안전교부세 요구, 수용하라
오랜 희생과 고통… 최소한의 보상 필요
여야가 합의해 조속히 법안 통과시켜야
올해 들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산의 7개 기초자치단체가 3월부터 전국원전동맹에 새롭게 참여하면서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원전동맹은 10일 금정구청에서 올해 첫 실무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30일 소속 단체장들의 화상회의를 통해 원자력안전교부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대책을 논의한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은 그동안 지속적인 위험 속에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의무를 강요당하면서도 아무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원자력안전교부세는 지역 주민들이 겪어 온 고통과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도입이 절실한 제도적 장치다.
전국원전동맹은 원전 인근에 있지만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자체들의 모임이다. 이번에 새로 가입한 부산 지자체는 동구, 부산진구, 동래구, 남구, 북구, 연제구, 수영구 7곳이다. 2021년 부산시의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이 20~21km에서 28~30km로 확대 적용되면서 이참에 원전동맹도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전국 원전 주변 12곳의 지자체로 출발한 원전동맹은 이듬해 16곳으로 늘었고 이번에 전국 23곳으로 확대됐다. 기존의 해운대구와 금정구에 더해 부산의 70%에 해당하는 9곳의 지자체가 포함된 만큼 이제 원전 안전 개선은 부산지역 전체의 숙제로 다가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원전 인근에서 1년 365일 위험에 노출된 채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구는 503만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원전 고장과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성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애초에 방사능 방재는 국가 사무인데도 지자체에 위임해 놓고는 예산 지원에 인색했던 정부 책임이 크다. 이런 열악한 처지에서는 방재 활동과 주민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이 확대된 만큼 지원 대상 범위도 늘리는 게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 비상계획 구역에 속해 있는데도 원전 소재지와 달리 아무런 혜택과 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 자체가 부당한 차별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국가가 지역에 방치한 방사능 방재 업무를 그나마 제대로 수행하게 할 최소한의 지원책이라 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은 그동안 세 차례 발의된 바 있다. 지난해 법안은 지방교부세 재원 중 내국세 비율을 0.06% 인상하고 이를 원자력안전교부세로 활용하자는 내용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 균형발전 원칙 앞에서 정당하고 지방 재정분권 기여에도 부합한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회 국민동의 청원 신청, 정책 토론회, 100만 명 서명 운동도 불사한다는 게 지역 주민의 결연한 의지다. 여야가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올해 상반기 안에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