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 문제, 지역 의견 반영 위해 특별법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우리와 꾸준히 동행해야 하는 에너지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급등한 국제에너지 가격은 국내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전 가동률을 높여 가야 한다. 하지만 가동률이 높아지는 만큼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하고 있으나,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내 저장조가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대만과 같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원전 운영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준위폐기물 처리 시급한데
한국은 처분부지 선정도 못 해
건식저장시설 논란 극복 위해
중간저장시설 등 조속 건설해야
고준위 방폐물의 장기 관리를 위해 검증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심층처분’이다.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낮추기 위해 사용후핵연료는 1차적으로 원전 내 습식저장조에서 수 년 간 보관한 뒤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로 옮긴다.
이후 별도 부지에 건립된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하 500m 이하의 심지층에 영구처분한다. 이 같은 건식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건설은 국민의 공감대 위에 국가가 장기간 추진해야 할 대형 프로젝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전 내·외부에 이 같은 저장시설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영구처분장 건설에서 가장 진도가 빠른 핀란드는 지하 450m 암반에 심지층 처분장을 건설 중이다. 2025년부터는 본격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1986년부터 총 9차례에 걸쳐 방폐장 부지확보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러다 2005년에 경주 문무대왕면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부지로 확정해 현재 처분시설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부지 선정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최근 부산 지역에서는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논란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 기간 등의 우려로 지역 내에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분분하다. 그렇다 보니 원전 지역은 부담만 지고, 전력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수도권 주민만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 솔직한 부산의 정서이다. 실제 전력 자급률만 봐도 2022년 기준 서울은 9%인 반면 부산은 217%다. 부산은 사용하는 전력량의 배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의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중간저장시설과 심지층 처분시설을 조속히 건설하는 것뿐이다.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부지 내 보관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심지층 처분시설이 마련되면 원전 내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할 수 있으므로 지역 주민들은 원전의 영구 처분장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런 내용의 고준위 특별법안 3건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기술적 사안만이 아니다. 국민이 공감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절차를 명시한 특별법을 국회는 조속히 제정하여 지역 주민에게 약속해야 하며, 관리를 책임지고 전담하는 정부는 민주적인 절차로 이를 이행해야 한다.
원미숙 동의대학교 융합부품소재핵심연구지원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