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야 ‘현수막 전쟁’ 멈췄다… “엑스포 유치” 한목소리
실사단 고려 '상호 비방' 중단
유치 열기 띄우는 문구로 변경
시민들 "화합 보기 좋다"호평
'정치현수막' 지정게시대도 등장
부산시 “실사 후에도 지속됐으면”
속보=정치 현수막 난립으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부산일보 20일 자 1면 등 보도)에 따라 부산 여야 정치권이 정치 현수막을 일제히 떼고 대신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기원 현수막을 붙이는 등 부산 현수막 문화가 바뀌고 있다.
27일 오전 9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사거리. 익숙한 풍경이지만 일주일 전과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패노조’ ‘검사아빠 전성시대’를 외치던 현수막이 사라졌다. 대신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여야의 현수막이 걸렸다. 사거리를 메운 현수막이 줄어들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시민들도 이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호를 기다리던 신정희(57) 씨는 “그동안 매번 횡단보도 앞에서 정치인들의 말싸움을 봐야 해 피곤했다”며 “서로 비난하며 싸우지 않고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바뀌니 훨씬 보기 좋다”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 내용으로 바뀐 현수막이 BIE 실사단 방문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윤수(17) 군은 “BIE 실사단 방문 때 부산의 유치 열기를 보여 줘 사우디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평소 부산에 자부심이 큰 편이다. 부산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야가 화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이 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바라보던 손영수(40) 씨는 “현수막 내용이 엑스포 유치 관련으로 바뀌니 좋지만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굳이 여러 개나 걸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며 “하나의 현수막에 여야 의원의 이름을 같이 표기하는 방식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BIE 실사단 맞이 환경정비사업을 벌이는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도 눈에 띄는 변화를 얘기한다. 대연사거리의 환경정비사업을 담당하는 남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이 안 달리니까 시민 민원도 줄어들었다”며 “남구에 게시된 정치 현수막은 현재 엑스포와 관련된 것 말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정치 현수막이 일주일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반응이다. 시 공공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BIE 실사단 동선 점검 때 도시에 게시된 전체 현수막이 반 정도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구 초량동에서는 정치 현수막 지정 게시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 정치 현수막 대책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의 모범 사례를 부산에 적용하려고 한 시도”라며 “앞으로 일선 지자체와 협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 현수막의 난립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BIE 부산 현지 실사가 끝날 때까지 정치 현수막 등 일체의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했다. 이미 걸린 정치 현수막은 철거하고 대신 지역 여야 모두 엑스포 유치를 호소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어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띄우기로 했다.
시 역시 내주 건축주택국을 중심으로 공간 디자인 전문가 등 7명으로 TF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TF는 지정 게시대 설치, 정치 현수막 가이드라인 제시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실사단 방문 이후에도 정치 현수막 자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에 협조를 적극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