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꽁꽁 닫혀 있는 카리브해 마음 절반은 열었죠”
이상훈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장
무역협회 사절단으로 카리브해 방문
세인트루시아 등 3개국과 교역 제안
모친상 아픔 딛고 11일간 일정 마쳐
“꽁꽁 닫혀 있는 카리브해의 마음을 여느라 고생 꽤나 했죠!”
부산과 인천 할 것 없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홍보 특사를 실어나르는 비행기가 연일 이륙 중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부터 최태원 대한상의회장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유명인사들이 세계를 넘나들며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경제5단체 중 하나인 한국무역협회도 지난달 민간경제협력사절을 꾸려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공략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 이상훈 회장 역시 민간경제협력사절단 중 한 사람이다. 이 회장 등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를 대표하는 부산 무역인 5명은 지난달 26일 그래나다와 세인트빈센트그래나딘, 세인트루시아 등 카리브해 3개국 공략의 임무를 부여 받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을 받은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회장을 모시고 지난달 이름도 생소한 3개국을 다녀왔다”며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사절단 일정이었다”며 웃었다.
‘전쟁’이라는 이 회장의 말은 허언이 아닌 것이 9박 11일의 일정 중 비행 시간만 29시간에 달했다. 무역인이라고는 하지만 10일 가까이 회사 경영도 내려놓은 채 2000만 원 가까운 자비를 들여 떠난 ‘카리브해 구애 작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이 회장은 어머니가 출국 직전 세상을 떠나며 더 힘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는 “가기 전까지도 출국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지만 무역협회 구 회장님도 고령에 사명감을 갖고 분투하는데 나도 나라를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3일간의 모친상을 치르고 이 회장이 곧장 공항으로 달려간 건 부산이 카리브해 소국이라도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20만 명도 안 되는 소국들이지만 엑스포 개최지 선정에 있어서는 똑같은 한 표를 가지는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이다.
이 회장은 “우리도 무역을 하고 거래를 하는 기업인이니 감이라는 게 있다”며 “다들 암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오일 머니’ 투자를 받기로 한 것 같아 만남 자체를 거부해 어떻게 해서든 총리와 통상 장관 면담을 잡아 달라고 사정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도 이 회장과 부산사절단은 카리브해 3개국 중 그래나딘을 제외한 2개국 총리와 통상 담당자를 만나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를 부탁하는 데 성공했다.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먼 이국까지 날아온 이 회장의 사연은 세인트루시아 투자청장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이 회장과 부산 무역인들이 내놓은 선물 보따리는 ‘교역’이었다. 부산과 카리브해가 해양수산 분야에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참치와 건해초류 등 카리브해 특산품 수입 판로를 열어주겠다고 제의하는 한편, 남해안 일대에서 성행 중인 양식업 노하우와 수산정보시스템 교류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 부산은 해양도시고 너희도 해안국가이니 분명 서로서로 도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카리브해 3개국 마음의 문이 꽁꽁 닫혀 있었지만, 적어도 2개국의 문은 반쯤 열어놓고 왔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