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테스트 현장 가 보니… 꼼꼼한 안전 확인 돋보여
23일 자동차안전연구원 시연
낙하시험 후 발화·폭발 지켜봐
배터리 연소 등 12가지 시험도
최근 들어 전기차(EV) 판매가 급증하면서 차량 화재와 제작 결함에 따른 리콜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결함 전문 조사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테스트 과정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 KATRI 내 배터리안전성시험동. 지면으로부터 4.9m 높이에 1t ‘봉고 EV’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약 400kg)이 크레인에 매달려 있다. “쓰리, 투, 원” 카운트 다운과 함께 줄이 분리되며 배터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시속 36km의 속도로 바닥과 충돌하면서 ‘뻥’하는 소리가 났다.
연구진은 낙하시험 후 배터리에 대해 1시간 정도 지켜보며 발화나 폭발 여부를 확인한다. 유사시에 대비해 배터리 시험실에는 이동가능한 초대형 후드와 스프링쿨러 등도 갖추고 있었다.
문보현 미래차연구처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낙하시험의 경우 내연기관과 달리 차체 바닥에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특성을 고려해 과속방지턱 하부 충돌이나 배수로에 바퀴가 빠져 전도되는 상황 등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ATRI의 배터리 낙하시험은 2013년 국제기준이 만들어지기에 앞서 2009년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실시했다. 문 책임연구원은 “최근 배터리가 대형화되고 물리적 충돌이 빈번해지면서 이젠 중국 등에서도 안정성 테스트 등에 이 시험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KATRI는 배터리 시험의 경우 낙하시험을 비롯해 연소, 단락, 과충전, 열노출, 액중투입, 진동시험, 과열방지시험, 침수시험 등 12가지 항목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낙하시험에 앞서 전기차에 대한 후방충돌시험도 진행했다. 대상 차량은 아우디의 순수 전기차 ‘e-트론’으로, 후방 충돌시 절연저항(고전압 방전)이나 배터리 전해액 누출 등을 점검하는 시험이었다.
시속 48km로 달려오던 모형이 충돌하는 순간 차량이 앞으로 7~8m 튕겨져 나갔고, 뒷유리창의 파편이 튀었다. 트렁크와 뒷범퍼도 심하게 찌그러졌다. 하지만 화재나 배터리 전해액 유출은 없었다. 또한 앞뒷문짝도 열렸고, 운전석의 인체모형 더미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등록된 전기차는 5만 5756대였지만 지난해에는 7배 가량 증가한 38만 9855대였다. 문제는 전기차 총 리콜 대수가 2018년 1만 2264대에서 지난해 20만 5344대로 늘었다는 점이다. 전기차 등록 차량 가운데 절반 가량이 리콜된 것으로, 품질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엄성복 KATRI 원장은 “최근 판매가 증가하는 전기차와 관련해 우려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기준을 만드는 등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자동차 결함에 대한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