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전술핵-남 핵항모, 벼랑 끝 치닫는 한반도 대치
당장 전쟁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군사긴장 완화 위한 정부 노력 절실
미국의 핵항공모함 니미츠호가 28일 부산의 작전기지에 들어왔다. 니미츠호는 수십 대의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등을 적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미국 핵항모의 국내 입항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인데, 이처럼 짧은 간격으로 미국 핵항모가 국내에 입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27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뒤 전술핵탄두를 전격 공개했다. 바다에선 미국 핵항모가 출현하고 하늘에선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이런 모습은 지금 한반도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를 가시적으로 보여 준다.
북한의 도발 수위는 근래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시작해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되는 한·미 연합상륙훈련에 대해 보이는 북한의 반응은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쌍룡훈련’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대규모 병력을 해안으로 침투시켜 목표 지역을 확보하는 공세적 성격을 갖는다. 북한은 이를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면서 노골적인 핵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전술핵탄두 공개를 비롯해 며칠 전 진행한 ‘핵 어뢰’ 수중 폭발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 시험이 그 예다. 북한 매체가 연일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을 강조하는 가운데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나 미국 당국이 기존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줄 여지는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한 공화당 중진 의원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핵무기 재배치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북한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나아가 핵전쟁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제압할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과의 전쟁을 의미하는 데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를 천명한 7·4남북공동선언을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다. 70여 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이 발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만큼 지금 국민들 사이에선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