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잠기는 온천천, 지하 40m에 터널 뚫어 빗물 저장
시,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추진
폭우 때 빗물 가뒀다 뒤에 방류
수안초~수영강 합류 지점 3.5km
폭 10m 터널에 저류 용량 40만t
상습 침수 막고 수질 개선 효과
3000억 원 사업비 확보가 관건
부산시가 상습 침수지역인 온천천 지하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를 추진한다. 폭우가 내리면 빗물을 가뒀다가 비가 그친 뒤 방류할 수 있는 시설이다.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온천천 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부산시는 28일 "온천천 상습 침수 해소와 수질 개선 등을 위해 온천천 대심도 빗물배수시설(빗물배수터널)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은 지하 40m에 가로·세로 10m의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을 말한다. 국내에는 2020년 완공된 서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유일하다. 온천천 대심도 빗물배수사업이 추진되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첫 사업이다.
시는 동래구 수안초등학교 앞부터 온천천을 따라 수영강 합류지점까지 이어지는 3.5km 구간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깊이는 30~40m, 저류 용량은 40만t 규모로 구상하고 있다. 사업비는 3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온천천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이 들어서면 온천천 상습 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천천은 지대가 낮은데다 수영강과 맞닿아 있어 폭우 시 침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만조 때 비가 오면 온천천이 범람해 주변 지역에도 침수 피해를 입힌다. 최근 10년 동안 온천천 인근 지역까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4차례에 달한다.
서울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로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강남구 일대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나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이 설치된 신월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서울시는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사당역, 한강로, 길동 일대에도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온천천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은 수질개선 효과도 함께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온천천의 경우 비가 5mm만 내려도 도로의 먼지 등과 같은 비점오염원이 유입돼 물고기 집단 폐사 등이 발생해 왔다. 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천천에서는 물고기 집단폐사가 7차례 발생했다. 비점오염원저감시설이 있지만 온천천 전역을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는 온천천을 따라 빗물배수시설이 설치될 경우 도로의 빗물이 온천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해 수질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비 확보가 중요한 만큼 환경부 사업 계획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는 환경부 계획 반영에 앞서 필요한 기초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올해 중 타당성 검토 용역을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부산 전역에 저지대나 침수지역이 많아 개별 사업으로 저류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국지적인 집중호우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온천천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