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 사라진 민주 PK 현역들, 이재명 체제와 ‘거리 두기’
‘중앙당 새 지도부’ 한 명도 없어
당직 제안 받고 고사하기도
"사법 리스크 감안한 선 긋기"
부울경 ‘구속 수사 여론’ 65%
"지역 숙원 챙겨야 총선서 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이 최근 중앙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PK 의원들은 소수지만, 민주당 전국정당화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중앙당에서도 의석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당 안팎의 즐비한 현안에 대한 ‘이슈 파이팅’보다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등 지역 숙원사업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왜일까.
이재명 대표가 지난 27일 ‘화합과 탕평’을 취지로 새 진용을 짠 당 지도부에 PK 의원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송갑석(지명직 최고위원)·한병도(전략기획위원장)·김성주(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호남 의원들과 김민석(정책위의장)·박상혁(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권칠승(수석대변인) 등 수도권 의원이 맡았다. PK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인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이 최고위원으로 유임됐을 뿐이다.
의원 7명 중 6명이 당의 허리 격인 재선 의원이면서도 주요 당직에 한 명도 기용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사법 리스크’의 여파로 당의 최대 기반인 호남과 수도권의 흔들리는 민심을 잡아야 하는 이 대표와 중앙당과 거리를 두려는 PK 의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번에 PK 일부 의원에게 당직을 제안했지만, 해당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PK 의원들의 이런 기류는 내년 총선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28일 “PK 지역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다. 지금 당내 갈등에, 중앙발 이슈에 한마디 보태서 존재감을 뽐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PK 의원들이 대부분 ‘하방’을 택한 것에는 이 대표 체제와 선을 그으려는 내심도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21∼23일, 전국 100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PK 민심은 긍정 평가 44%, 부정 평가 49%로 부정적 여론이 높았지만,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4%, 민주당 28%로 국민의힘이 무려 16%P 앞섰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지난 5~6일, 1042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에서는 PK 응답자 중 65.9%가 이 대표의 각종 의혹에 대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PK 의원 대다수는 최근 지역 활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대표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던 전재수 의원은 올해 들어 방송 출연 등 서울 활동을 크게 줄인 대신 지역구에 ‘올인’하고 있다. 최인호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 야당 간사를 맡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집중하고 있다. 박재호 의원도 국회 2030부산엑스포 특위 위원장을 맡아 엑스포 유치 지원에 진력하고 있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PK 의원들로서는 이 대표 체제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게 나기 전까지 지역을 열심히 챙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두관 의원은 이 대표 체제를 적극 엄호하면서 다른 PK 의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김 의원은 28일에도 이번 당직 개편에 대해 “이 대표 입장에서는 마누라 빼고 다 바꾼 것 같은 그런 결심을 한 것”이라고 호평하면서 조정식 사무총장을 유임시킨 데 대한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다음 달 중순 치러지는 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위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