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서부산 수학 성적 격차, 3년 사이 배로 벌어졌다
시교육청 156개교 설문조사
중·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학년 올라갈수록 지역간 격차 커
원도심·서부산권 사교육 빈도
동부산과 달리 고교 때 잦아져
격차 완화 예산 730억 편성
부산형 인터넷 강의 개발 계획
부산 교육의 해묵은 난제인 ‘동서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시교육청이 처음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사교육 횟수, 학습 시간 등 학생 기본 학습 역량의 지역 간 격차가 처음 확인됐다. 전통적인 우수 학군이 밀집돼 있는 중부산(부산진구·남구·연제구·동래구·금정구), 동부산(해운대구·수영구·기장군)에서는 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가로 향했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산(사하구·북구·사상구·강서구), 원도심(중구·동구·서구·영도구)의 경우 고등학생이 돼서야 사교육 빈도가 늘어나는 ‘특이 현상’도 발견됐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28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균형발전을 위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부산 16개 구·군 156개교의 학생, 학부모 3103명을 대상으로 학습 형태 분석을 위한 40문항 설문 조사를 지난달 진행했다.
조사 결과 지역 간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 부분은 사설교육기관 이용 비율이었다. 학기 중 초등학생의 사설교육기관 이용 비율을 보면 동부산은 74%, 중부산은 78%였으나 서부산과 원도심은 각각 58%, 50%로 최대 20%이상 차이가 났다. 방학 기간의 경우 동부산, 중부산은 각각 64%와 67%로 학생 10명 중 6~7명꼴로 학원에 다녔으나 서부산권과 원도심의 경우 47%, 49%로 절반 이상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본격적인 입시 경쟁에 뛰어드는 중학교 시기에는 공부 시간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중부산 중학생 47%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일 평균 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반면 서부산에서는 10%, 원도심에서는 9%대에 불과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사교육 비중에서 격차를 드러냈다면 중학교 이후부터는 학습 시간에서 지역 간 격차가 확인된 것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사교육기관 이용 빈도, 학습 시간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학업 성취도 차이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동부산과 중부산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수강을 통해 학교 수업을 보완하지만, 서부산과 원도심의 경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사교육을 받아 학업 성취도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학력격차 현황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국어의 경우 중1 때 1.26점 차이였던 동부산과 서부산 간 성적 차이가 고2 때에는 6.88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수학의 경우 중1 때 동부산과 서부산 간에 성취도 11.77점 차이가 났는데, 고1 진입시점에서는 23.55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최윤홍 부교육감은 “동부산과 중부산 학생의 경우 조기 선행학습으로 오히려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학원을 가기보다는 자습하는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부산과 원도심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때 학원 대신 방과 후 수업을 듣는 비중이 높다. 방과 후 수업의 경우 특기 개발 등이 대부분이어서 학업과 직접적인 연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설문을 토대로 동서 격차 완화를 위해 추경 예산 730억 원을 편성할 방침이다. 예산 627억 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원도심과 서부산 학교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37억 원을 투입해 ‘부산형 인터넷 강의’도 개발할 계획이다. 공교육의 범위에서 초등·중등학교의 학습시간 사교육 인프라 부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부산형 인터넷 강의는 2학기부터 원도심·서부산권 고1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오는 2025년 전체 고등학생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국어·수학·영어 과목별로 20차시로 구성되는 4강좌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서부산과 원도심 학교에 스터디카페형 자기주도학습실을 만들어 학생의 학습 의욕을 고취할 계획이다.
서부산, 원도심을 선호하지 않는 교원 인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가산점 상한제 확대, 원거리 근무자 인센티브 부여, 국외 자율연수 프로그램 참가 확대 등도 진행한다. 서부산, 원도심의 우수 교원 유치 구체적 방안도 올해 중에 만들어 내년 3월 교원 인사 때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역 간 교육격차는 단시간에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산 교육의 난제”라며 “이번 설문조사 이후에도 학생, 학부모 인식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관련 기관 지자체 등과도 협력해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