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영화음악 콘서트는 왜 맨날 듣던 곡만 연주할까?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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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음악회 :영화음악 페스티벌’
영화의전당, 29일 올해 첫 회 시작
영화 ‘정이’ ‘지옥’ 등 OST 연주
 
멜로디 없는 영화음악 많아지고
‘경제성 중시’ OTT 제작 환경 늘어
영화음악 라이브 연주 드문 기회

“수도권에서도 찾기 힘든 기획” 평가
유명 영화음악가 속속 부산 찾을 예정 ‘기대’

2023년 영화의전당 '11시 음악회' 첫 순서로 나온 게스트 김동욱(오른쪽) 음악감독과 손한묵 호스트. 영화의전당 제공 2023년 영화의전당 '11시 음악회' 첫 순서로 나온 게스트 김동욱(오른쪽) 음악감독과 손한묵 호스트. 영화의전당 제공


존 윌리엄스, 프란시스 레이, 모리스 자르, 엔니오 모리꼬네, 한스 짐머,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다. 더 간단히는 ‘디즈니 음악’ 정도로 대신할 수도 있겠다. 영화음악 타이틀을 걸고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는 저들이 만든 작품의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때 국내에서는 When I Dream(영화 ‘쉬리’), A Lover's Concerto (영화 ‘접속’) 같은 삽입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최근엔 이런 분위기마저 드물다.

이전보다 영화 제작 편수가 늘었고, 그로 인해 영화음악 생산도 양적으로 많이 증가했을 텐데 일반인도 알 만한 국내 영화음악 작곡가나 음악은 많지 않다. 게다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영화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들을 기회는 정말 드물다. 왜 그럴까? 평소 이런 궁금증이 있었는데 뜻밖에도 영화의전당이 29일 재개한 2023년 ‘11시 음악회:영화음악 페스티벌’에서 그 의문의 실마리를 찾았다.

일단 대작 혹은 흥행작을 주로 찾는 대중의 정서가 한몫했다. 그에 못지않게 최근 영화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나 멜로디보다는 효과음을 아우르는 영화의 극적 장치 같은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란다. 더욱이 넷플릭스 같은 OTT로 영화나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경제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OST를 거의 발매하지 않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거다.

2023년 영화의전당 '11시 음악회' 첫 순서로 마련된 '강수연 배우의 유작 ‘정이’와 음악감독 김동욱' 편. 영화의전당 제공 2023년 영화의전당 '11시 음악회' 첫 순서로 마련된 '강수연 배우의 유작 ‘정이’와 음악감독 김동욱' 편. 영화의전당 제공

사정이 이러니 영화의전당이 이번에 기획한 ‘11시 음악회:영화음악 페스티벌’이 더 귀하게 여겨진다. 오는 12월까지 매달 한 차례 총 10회를 이어 갈 음악회를 구성하고, 진행까지 맡은 영화·드라마 음악 작곡가 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 대표는 첫날 음악회에서 “영화음악만 해도 한 해에 수천 곡이 쏟아지는데 늘 연주되는 곡만 연주돼 속상했다”면서 “세상의 수많은 영화음악과 작곡가를 소개하기 위해 시도한 음악회인 만큼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첫 회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영화 ‘정이’와 ‘지옥’의 김동욱 음악감독 역시 “영화음악 공연은 물론이고 모든 게 초연”이라면서 “현대 영화음악 작곡가로선 아주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찾기 힘든 기획이다 보니 유명 영화음악가들의 잇따른 부산 방문이 기대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들 영화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소화할 수 있는 악단이 부산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영상과 연주 음악을 제대로 맞추려면 ‘인이어 클릭(메트로놈 박자기) 듣기’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데 부산에선 익숙지 않아서 첫날 연주 단체는 작곡가가 서울에서 데려와야 했다. 궁여지책으로 2회 차는 아예 별도의 지휘자를 세워서 연주하기로 했다.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영화의전당 권민경 대리도 “첫날 공연을 모니터링하면서 한국의 영화음악감독을 조명하고 또 라이브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도 엔니오 모리꼬네, 한스 짐머에 버금가는 영화음악감독이 있고 그들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연에 더 많은 분이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도시’ 부산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많아질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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