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차이잉원 엇갈린 행보… 내년 선거에 벌써 미·중 입김
마, 중 본토 방문해 중산릉 참배
“평화 구축해야 양안 미래 밝아”
차이, 수교국 순방 중 미국 경유
“민주주의의 길 굳건히 걸을 것”
중국 본토를 방문 중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하나의 중국’ 메시지를 설파한 반면, 차이잉원 현 총통은 미국 경유 방문길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중국에 맞섰다. 대만 전·현직 총통의 엇갈린 행보가 내년 대만 총통 선거 표심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7일 대만의 전·현직 총통 중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찾은 마 전 총통은 연일 평화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29일 장쑤성 난징시의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했다. 마 전 총통은 지난 28일에 난징시 쑨원 묘소인 중산릉을 참배한 뒤 평화 메시지를 발설했다. 신해혁명을 이끌었던 쑨원은 중국 국민당의 창립자로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명칭)의 국부로 불린다. 1929년 완공된 중산릉에는 2005년 렌잔 국민당 주석에 이어 2008년과 2009년 우보슝 주석이 참배한 적이 있으며, 대만 전·현직 최고지도자 중에는 이날 마 전 총통이 처음 참배했다.
마 전 총통은 “양안은 반드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만 중화를 부흥시킬 수 있다”며 “양안은 반드시 평화를 추구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 측 모두 앞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 전 총통은 또 “대륙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접을 하고 있으며 대륙의 친구들이 상당히 친절하게 맞아주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대만으로 돌아가면 이런 호의를 대만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잉주재단 측은 마 전 총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주최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마 전 총통과 시 주석이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차이 총통이 10일간의 중앙아메리카 순방 중 미국을 경유한다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이번 미국 경유를 통해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와의 접견을 계획하고 있다.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비공식적인 성격의 방문임에도 가장 주목받을 것이라고 알자지라는 전망했다. 미국은 대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민주 진영의 중요한 협력국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정오께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우리는 침착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양보하지도 않겠지만 도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 길을 굳건히 걸어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그 길이 험난하겠지만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번 순방은 차이 총통의 임기 내 8번째 순방으로 미국 뉴욕에는 29일 오후 3시(현지시간)께 도착할 예정이다. 차이 총통은 뉴욕에서 교민 만찬을 가진 뒤 30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대만의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에서의 순방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길에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할 예정이다. 대만언론은 차이 총통이 다음 달 5일 LA 방문 때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몇년간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는 미국 내 공식 연설로 이어지면서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에는 대만 총통이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연설하거나 미국 정치인들과 만나는 게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점점 강화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그(차이 총통)가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