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롱패딩 입은 교황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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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최근 수갑 찬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돼 미국 사회가 들썩였다.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투옥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사진들로 하루 4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물론 가짜 이미지였다. 디지털 자료 분석업체 대표가 이미지 생성 AI(인공지능)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이 사진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배우와의 과거 성관계를 숨기기 위해 회삿돈을 합의금으로 지급하고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위터는 해당 이미지가 게시될 때마다 ‘가짜’라는 공지문을 달고 있다.

AI 기술의 진화로 진짜 같은 가짜의 등장이 일상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딥페이크 기술로 사람과의 구분이 어려운 가상인간이 활동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기술이 진화를 거듭해 누구나 맘만 먹으면 진짜 같은 조작된 이미지를 손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허위 영상과 이미지 범람이 정보 자체에 대한 전반적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경고도 이런 흐름을 거스러지 못한다. 사실과 허위 정보가 혼란스럽게 공존하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기술이 산업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이면에 조작이 야기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지난달 트위터에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현장에서 ‘아이를 구조하는 소방관’ 사진이 등장해 모금 사기에 이용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AI가 만든 가짜 소방관이었고 모금에 이용된 가상화폐 지갑 주소도 과거 사기 행각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다.

트럼프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주말 명품으로 보이는 롱패딩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해 화제였다. 교황은 순백의 패딩 위로 은색의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다. 사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트위터 계정의 사진 조회수만 2540만 회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진짜 힙하고 멋있다’ ‘스타일리쉬한 교황’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대학 교수가 ‘교황이 입고 있는 패딩 브랜드 이름은 무엇일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 역시 ‘미드저니’로 만든 가짜 이미지로 드러났다. 모든 현상에 의문을 던져야 하는 힘든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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