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긴장 최고조 속 흔들리는 외교안보라인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컨트롤 타워 혼란
내부 결속 강화해 국민 불안 해소해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 안보 사령탑’을 맡아 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과 50년 지기이자 후보 시절 ‘안보 과외교사’로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총괄해 왔다.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퇴의 변이 있었지만, 사실상 경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사퇴는 정상외교 최대 이벤트인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불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6일엔 한·일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사퇴했고,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됐다. 이 모두 불과 3주 사이에 벌어진 전례가 없는 일이다.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 행사 관련 중요 일정이 제때 보고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외견상의 이유일 뿐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배상 해법 등 외교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외교부, 안보실 내부의 손발이 맞지 않은 알력설, 조직 내부 비밀주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가 사분오열돼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4~5월 한·미·일 안보 공조 등 국가의 존망을 다루는 핵심 일정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 사진을 전격 공개하고,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과 핵어뢰 ‘해일’ 실험을 벌이는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 가면서 미군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한반도에 전개하고, 3월 한·미의 상륙훈련, 4월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이 실시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5월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및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속적으로 열리고, 핵 위협 대응 확장 억제 강화부터 반도체 규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안보 분야까지 핵심 의제가 한두 건이 아니다. 철저한 계획과 사전 준비를 담당할 탄탄한 외교안보 진영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삐걱거리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위를 맡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떤 이유라도 혼란이 장기화해선 안 된다. 국내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신뢰도 추락으로 엄중한 시국에 대한민국이 표류할 우려마저 높다. 대외적으로 적대국들은 우리의 혼선과 분열을 약점으로 활용해 그 틈을 파고들게 되고, 우방국들조차 외교안보라인의 대화 파트너 자격과 지속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할 수도 있다. 신속한 인적 쇄신과 내부 결속으로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