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긴장 최고조 속 흔들리는 외교안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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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컨트롤 타워 혼란
내부 결속 강화해 국민 불안 해소해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동행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모습.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동행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 안보 사령탑’을 맡아 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과 50년 지기이자 후보 시절 ‘안보 과외교사’로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총괄해 왔다.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퇴의 변이 있었지만, 사실상 경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사퇴는 정상외교 최대 이벤트인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불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6일엔 한·일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사퇴했고,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됐다. 이 모두 불과 3주 사이에 벌어진 전례가 없는 일이다.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 행사 관련 중요 일정이 제때 보고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외견상의 이유일 뿐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배상 해법 등 외교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외교부, 안보실 내부의 손발이 맞지 않은 알력설, 조직 내부 비밀주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가 사분오열돼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4~5월 한·미·일 안보 공조 등 국가의 존망을 다루는 핵심 일정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 사진을 전격 공개하고,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과 핵어뢰 ‘해일’ 실험을 벌이는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 가면서 미군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한반도에 전개하고, 3월 한·미의 상륙훈련, 4월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이 실시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5월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및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속적으로 열리고, 핵 위협 대응 확장 억제 강화부터 반도체 규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안보 분야까지 핵심 의제가 한두 건이 아니다. 철저한 계획과 사전 준비를 담당할 탄탄한 외교안보 진영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삐걱거리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위를 맡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떤 이유라도 혼란이 장기화해선 안 된다. 국내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신뢰도 추락으로 엄중한 시국에 대한민국이 표류할 우려마저 높다. 대외적으로 적대국들은 우리의 혼선과 분열을 약점으로 활용해 그 틈을 파고들게 되고, 우방국들조차 외교안보라인의 대화 파트너 자격과 지속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할 수도 있다. 신속한 인적 쇄신과 내부 결속으로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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