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준비 완료 없이 산은법 먼저 개정하면 오히려 불법”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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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위 법률자문 결과
민주 ‘법 개정 후 이전’ 주장 모순
본사 이전 과정 상당시간 소요
본점 소재지 규정부터 바꾸면
구본점인 서울 업무 위법 소지
2015년 ‘신보법’ 개정 참조해야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 산은법 개정은 사옥 마련과 인력 이동, 이전 등기 등을 거친 이후 ‘마지막 단계’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은 본사 이전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법이 먼저 개정될 경우 기존 ‘서울 본사’ 업무가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법무법인의 이 같은 해석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한 “산은 이전은 법 개정 이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더 주목을 받는다.


1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 법무법인 ‘동헌’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 결과에 따르면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로 정한 산은법 4조 1항 개정은 이전 ‘마지막 단계’에 이뤄져야 한다. 법 개정이 먼저 이뤄질 경우 부산 이전의 전 과정이 마무리되고 법인의 이전 등기까지 완료되기 전에 기존 서울 본사에서 발생한 모든 행위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동헌은 지방 이전 유사 사례인 신용보증기금을 주목했다. 신보는 2010년 지방 이전 계획 승인 이후 2012년 대구 신사옥 건설을 시작했다. 이어 2014년 신사옥 준공과 인력 이동 등 본점 이전 작업이 이뤄졌고 2015년 1월 20일이 돼서야 신용보증기금법이 개정됐다.

지방 이전 계획 승인 이후 실제 이전하기까지 2~5년의 긴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법 개정을 먼저 하면 오히려 ‘위법’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법률자문의 결과다. “만약 법률 개정부터 이뤄지면 신본점 소재지(부산)가 법률에 규정돼 있는 상태에서 구본점 소재지(서울)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분석이다.

산은도 신보처럼 “먼저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 승인을 얻고 그 계획에 따라 신본점 소재지(부산)에 사옥 마련, 인력 이동 등의 제반사항을 집행한 후 본점 이전 등기를 경료(완료)하고 근접 기간 내에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이 위법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법 개정이 본사 이전 완료 이후 가장 가까운 시일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법인 등기와 관련이 있다. 산은과 같은 특수법인이 관련법에 의해 법인격을 부여받더라도 경제활동을 하려면 이를 공시하는 ‘등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법무법인의 설명이다. 산은도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선 등기 이전을 해야 하고 이전 이후 법 위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선 곧바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본사 위치와 관련된 법을 먼저 개정할 경우 기존 서울 본사는 법 위반이 되고 이 때문에 법인의 행위에도 위법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그동안 “국회의 동의 없는 이전 준비는 위법”이라는 주장을 폈다. 지난 27일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산은 본점은 법에 따라 서울에 있다”면서 “국회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니 깡패가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김민석 의원도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법치를 이야기하면서 사이비 법치주의로 가는 데에 우려가 많이 있다”면서 산은의 부산 이전 준비작업을 “사실상 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선거행위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의 이전 준비 작업은 법 위반이 아니라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필수 작업’이라는 게 민간 법무법인의 판단이다. 특히 김 의원 등의 주장대로 실질적인 이전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이 먼저 이뤄질 경우 수년간 위법 상태가 유지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막기 위해 법적인 근거도 부족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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