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랑·청춘·낭만, 내 마음 속에 있어”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출간
인터뷰 통해 “부산은 나의 근간”
지난달 31일 부산서 북 콘서트 진행
‘부산에 가면’ 등 8곡 선사·앙코르도
“나이 들어보니 그때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들이 잃어버린 게 아니었습니다. 지나간 사랑, 청춘, 낭만, 사람 모두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음악 경력만 47년. 일흔셋 ‘낭만가객’ 최백호가 첫 산문집을 냈다. 제목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30여 년 전,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노래 ‘낭만에 대하여’의 한 구절을 책 제목으로 썼다.
부산이 고향인 최백호는 지난달 31일 밤 부산일보 대강당 무대에 올라 약 1시간 30분 동안 북 콘서트를 진행했다. 고향을 찾은 낭만가객은 ‘부산에 가면’과 ‘바다 끝’,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 여덟 곡을 노래했다. 노래를 마칠 때마다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꽃다발을 들고 무대에 올라 가수에게 전달하는 팬과 챙겨온 음반 LP를 흔드는 관객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앙코르곡인 ‘열애’를 부를 땐 관객석 뒤쪽에 앉은 머리 희끗한 한 여성이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낭만가객’ 최백호를 만났다. 북 콘서트를 나흘 앞둔 어느 볕 좋은 날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백호의 모습에선 설렘과 여유가 진하게 느껴졌다. 그는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15년간 진행한 베테랑 DJ답게 차분하면서 여유 있는 답변을 내놨다. 질문을 하면 단어 하나까지 고심한 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답을 했다. 그의 답변을 그대로 옮긴다.
-음악 47년, 그림 14년, 라디오 15년에 이어 이번엔 첫 책을 냈다.
“살아온 이야기를 그냥 적었다. 책을 쓸 때 조건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따로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모두 내가 썼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나중엔 소설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첫 책을 들고 고향 관객을 만난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부산은 나의 근간이다. ‘부산에 가면’과 ‘바다 끝’ ‘청사포’라는 노래도 있다. 직접적으로 부산이나 바다가 언급되지 않는 노래일지라도 그 밑바탕에는 제 고향이 깔려 있다는 걸 느낀다. 부산 바다는 우리 어머니 같다.”
-오랜 시간 음악 생활을 하면서 마음가짐이 중요했을 것 같다.
“1980년대에는 인터넷이 없었다. 인기의 정도를 집 전화기가 울리는 빈도로 판단할 수 있었다. 매일 불 나게 울리던 전화기가 어느 날부터 조금씩 조용해진다. 그러다 뚝 끊어진다. 음악을 관두려고 미국에 가서 살다가 돌아와서 낸 노래가 ‘낭만에 대하여’다. 인연과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더라.”
-‘낭만에 대하여’의 가사를 책의 제목으로 썼다. 이 노래를 불렀을 땐 마흔 중반, 그때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생각과 시선도 달라졌을 것 같다.
“맞다. 그때는 다 잃어버린 줄 알았다. 사랑, 청춘, 낭만, 사람 모두 지나간 것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다 내 마음에 그 모양 그대로 남아 있더라. 책 제목은 결국 ‘잃어버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땐 너무 힘들고 아픈 일이 많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덜 아파했을 것 같다.”
-힘든 시기를 지나 제2 전성기를 맞았고,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노래를 하고 있다. 지나 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 것 같나.
“건강이다. 큰 좌절을 한번 맛봤기 때문에 그 이후엔 인기나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다. 인기는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날아가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70대가 참 좋다. 이제 죽음이 현실이 되었지만, 그만큼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