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신청사 부지 놓고 주민 갈등 '증폭'
후보지 3곳 여론 수렴 진행
덕천체육공원 내정설 파다
주민 “협의 없이 강행” 반발
구청 “아직 결정된 것 없다”
부산 북구가 신청사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구청이 일방적으로 신청사 후보지 중 한 곳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종 후보지 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2일 부산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북구 신청사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신청사 건립 부지 선정을 두고 제11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후보지들에 대한 평가 기준이 논의됐다. 앞서 구청은 2월 9일부터 3월 14일까지 34일간 △현 청사 부지 △화명동 공공청사 예정부지 △덕천생활체육공원 일원 후보지 3개소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성별, 연령, 행정동별로 인구비례 표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30, 오프라인 70의 비율로 조사를 진행했고 부지 최종 선정에 이 결과를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화명동 주민 일부는 구청이 주민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구청이 협의 없이 내부적으로 덕천생활체육공원 일대를 신청사 부지로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이 타 후보지는 언급하지 않고 덕천생활체육공원에 대한 청사진만 보여줬다는 것이 화명동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덕천생활체육공원 일대가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화명동 공공청사 부지에 부지 매입비 134억 원을 이미 지불해놓고 다른 곳을 선정하려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입장이다. 화명3동 정욱수 주민자치위원장은 “최근 구청장의 동사무소 연두 방문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신청사 건립 설명을 하는데 덕천생활체육공원에 대한 청사진만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이미 후보지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덕천생활체육공원으로 청사 부지가 선정된다면 자연 녹지구역 훼손부터 일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특정인에게 반사 이익이 돌아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신청사 부지 선정을 두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북구의회 김태희(화명1·3동)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화명동 10개 단체 회원 중 누구에게도 설문조사 전화가 오거나 설문을 위해 주민을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며 “신청사는 모든 북구민이 만족하고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북구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후보지가 최종 선정되기도 전에 잡음이 잇따르면서 사업이 또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청사 이전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구청은 2021년 신청사 입지로 덕천초등학교 부지를 선정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부모와 학교, 교육청 등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북구청은 재선정한 후보지 3곳 중에서 한 곳을 정해 상반기 내 부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화명동 주민들과 달리 다른 동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생활체육공원을 원하는 등 저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으로 구청이 오길 바라면서 부지가 확정돼도 지금처럼 구청과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부딪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구청은 신청사 예정지는 신청사 건립 추진위원회 최종 평가 후 확정되는 만큼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덕천생활체육공원은 신청사 후보지 3곳 중 1곳이다. 최종 후보지는 주민 의견 반영 등 여러 평가 항목을 거쳐 공정하게 선정될 예정”이라며 “향후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고, 최종 후보지가 정해지면 용역 등을 거쳐 후보지 여건에 맞게 청사 건립 사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