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처럼 돌아온 소비… 경기 버팀목 되나
2월 소매 판매 지수 5.3% 증가
27년 2개월만에 최고 증가율
부산 소비도 소매점 중심 회복
고물가·고금리 악재는 여전
비상이 걸린 한국 경제에 최근 소비 회복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한 관광객 증가, 정부의 내수 대책 등이 소비 회복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물가·고금리 등의 제약 요인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매판매 지수(계절조정 기준)는 108.4(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5.3% 증가했다. 이는 1995년 12월(5.5%) 이후 27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소매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최근 소비를 제약하던 일시적 요인이 해소된 영향이 크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확정으로 보조금 지급이 재개되면서 승용차 판매가 10.8% 반등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제한됐던 중국인의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이 정상화되면서 면세점에서의 판매도 18.3% 반등했다. 이러한 영향에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소비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7% 반등했다. 운수 및 창고업(5.4%), 숙박 및 음식점업(8.0%),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2.1%) 등 대면 업종에서 증가한 결과다. 올해 1월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중교통 등 일부를 제외하고 없어지면서 대면 서비스업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방한 관광객 증가 등은 향후 지속해서 소비 회복세를 견인할 요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달 대중교통 등에서 해제된 이어 여름쯤에는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확진자 격리 해제 조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작년 6월(96.7)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92.0을 기록하는 등 소비 심리는 개선되는 양상이다. 방한 관광객 수는 올해 2월 47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379.3%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월(120만 2000명) 수준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회복할 여지가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내수 대책(사진)도 소비 회복을 받쳐줄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방한 관광객 1000만 명을 목표로 일본 등 22개국 외국인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면제하고 국내 관광객 100만 명에게 숙박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올해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인 4조 6000억 원어치의 부가가치와 11만 7900명의 취업인원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과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가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민간 소비는 4.3% 증가하며 전체 GDP 성장률을 2.0%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체 성장률(2.6%)의 70% 이상을 기여한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월 소비가 좋았던 것은 1월 소비가 워낙 나빴던 영향도 있어 아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그나마 국내 소비가 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소비가 경제 성장률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소비의 낙관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생각보다 경기가 괜찮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투자나 고용이 좋아지는 부분이 아직 확실히 보이지 않아서 여전히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고물가·고금리라는 제약 요인도 상존해 향후 소비 회복세가 순탄할지도 미지수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계의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5.9%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 지출은 0.6%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물가에 실질 소비 지출은 둔화한 것이다. 같은 기간 가계 흑자액은 2개 분기째 감소하는 등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내수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고금리의 장기화 영향 등으로 내수 회복세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