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EU문턱 넘었지만 공정위 '암초'…시정방안 협의
"한화, 무기 시장 지배력…경쟁 군함 제조사 차별 가능성"
공정위 "국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신속 처리 예정"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방위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어 한화 측과 시정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공정위가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한 유럽연합(EU)·영국 등 7개 해외 경쟁 당국과 달리 '경쟁사 봉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한화로서는 까다로운 문턱을 넘어야 하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 경과에 관해 설명하면서 "현재 당사 회사와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한화 측에 자체적으로 시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함정 부품 시장(상방)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하방)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결과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사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 계열화 이슈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화는 레이더·통신장비, 항법장치, 발사대 등 10여종의 군함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데, 다수가 한화의 시장 점유율이 높거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화가 HD현대중공업, HJ(한진)중공업 등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우조선에 부품을 팔거나 부품 관련 정보를 경쟁사보다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계열사인 대우조선에 특혜를 주고 나머지 회사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거래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는 무기 시스템에 관해 점유율이 상당히 높고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함정 부품 기술정보를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차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 시 기술평가·제안서 평가, 가격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결합 심사 종료 시점은 공정위 심사관과 한화가 얼마나 빨리 시정방안을 협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 사는 작년 12월 16일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취득하기로 하는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12월 19일과 26일에 걸쳐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신고서를 보완하고 4차례 한화 측 의견서를 청취하는 한편, 2∼3월 두 달간 경쟁사 의견을 조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재무구조 개선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경쟁 당국보다 심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공정위는 외국은 우리나라 방산 제품을 거의 사지 않기 때문에 국내 시장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진행했지만, 작년 초 EU가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바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