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가 오히려 호재”… 대선 도전 트럼프 지지층 더 뭉쳤다
4일 법원 출두 후 플로리다 연설
대중에 ‘정치 희생양’ 강조할 듯
설문조사 선전·당내 동정여론도
폭풍 전야 뉴욕, 경찰 경계태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혼외정사 입막음을 위해 성인물 배우에게 거액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부산일보 3일 자 14면 보도)됐지만, 여론조사에서 당내 라이벌을 따돌리는 등 오히려 대선가도에 호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등 이번 국면을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의 맨해튼 법원에서 기소 관련 진술을 종료하고 자신의 소유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골프장으로 돌아가 이날 저녁에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선거본부가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뒤 정치적 희생양이 됐음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이번 수사와 기소는 모두 1년여 동안 계속된 ‘마녀 사냥’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자신을 차기 대선 후보에서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 의원들은 이번 기소가 정치적 결정이라며 연일 비판에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기소는 충격적이고 위험하며, 미국 역사상 그 어떤 검사의 기소 중에서도 가장 무책임한 결정이다”며 그의 트위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건국 이래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기소된 불명예를 떠안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선 판도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를 은근히 즐기는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야후뉴스가 진행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가상 1 대 1 대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7%의 지지를 얻어 가장 강력한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31%)를 압도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당일 24시간 동안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정치 후원금도 모였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자 그에 대한 공세를 중단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포르노 스타의 입막음용으로 돈을 지불한 것과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관련 논란에 거리를 뒀다.
한편 뉴욕 경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를 앞두고 소요 사태에 대비해 트럼프타워 주변에 철제 장벽을 설치하고, 맨해튼 법원 인근 도로를 봉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욕 경찰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시위를 우려하고 있다. 자칫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가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 의회 난입 때처럼 폭력 사태로 얼룩질 수도 있어서다. 법원과 트럼프타워 외에도 뉴욕의 여러 거리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경찰은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성명을 통해 “필요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뉴욕시에는 현재 잠재적인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