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여야 정쟁에 '괴담' 치달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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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검증 작업 안정성 확인 필요
정치권, 해결책 모색에 힘 합치기를

시민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장기 보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장기 보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연일 가시 돋친 입싸움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항의 방문 움직임을 ‘반일 쇼’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해괴망측한 괴담’으로 간주했다. 국민들에 대한 “거짓 선동”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오염수 투기 문제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괴담’ 운운하며 야당과 국민을 겁박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거친 언사만 난무하는 정쟁 앞에서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여야가 이 문제만큼은 싸움을 접고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 힘을 합치는 게 도리다. 상대를 이겨 보려는 승부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근원을 따지고 들면 결국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한 일본 언론에 닿게 된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지난달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뉴스까지 잇따랐다. 그런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회담 2주가 지나서야 “후쿠시마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 이전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태도로 얼버무렸고, 이후에는 저간의 사정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자리도 만들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러잖아도 극한의 대치를 벌이고 있는 여야가 거친 말로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일 “민주당이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는 목적은 국론분열”이라 몰아붙인 것도,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 주관 아래) 과학적, 객관적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일본 측 주장 그대로”라며 대통령 발언을 폄하한 것도 모두 적절치 않은 표현이요 비논리적인 우격다짐이다. 결국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굴욕 외교’로 정의한 야당과 이를 ‘반일 선동 몰이’로 여긴 여당의 기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이렇게 정쟁이나 괴담 수준에서 소비될 사안이 절대 아니다. 예정대로라면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이르면 상반기 중에 방류한다. 우리나라 수산물 안전과 해양 생태계 파괴는 물론 부울경 지역 수산업계의 큰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정치권이 언쟁과 공방에 빠질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공동 대응의 노력이 시급한 때다. 중국 등 주변국과 함께 국제검증단에 참여해 안정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투명하게 해소하고 국민적 불신을 덜려면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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