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연못서 알 낳고 돌아가다 로드킬… 온천천 두꺼비들 ‘수난’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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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14마리 떼죽음 이례적
공사 탓 서식지도 크게 오염
올챙이 생존율 악영향 우려
연제구 생태환경조사 용역
연말까지 대책 부재 ‘한계’

3일 오전 9시께 찾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온천천시민공원 인근 연못. 공사로 인해 오염된 연못에서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 3일 오전 9시께 찾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온천천시민공원 인근 연못. 공사로 인해 오염된 연못에서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

부산 연제구 온천천 시민공원 인근에 사는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자체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3일 연제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연제구 온천천 시민공원과 연신초등학교 사이 차로에서 두꺼비 14마리가 로드킬 당했다. 이들은 산란을 끝낸 후 서식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온천천에서 새끼들이 아닌 다 자란 두꺼비가 떼죽음 당한 것은 드문 사건이다.


온천천을 찾은 두꺼비들의 로드킬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해마다 온천천 산책로는 새끼 두꺼비들의 ‘대이동’으로 까맣게 뒤덮이는데, 그 수가 무려 수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끼 대부분은 사람들 발에 밟혀 죽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이동하다 그대로 말라 죽기도 한다. 겨우 살아남은 두꺼비들도 결국엔 도로로 나가 자동차에 짓밟힌다. 2018년에는 연못 옆길을 따라 난 자전거 도로 위에서 두꺼비 250마리 정도가 로드킬 당하기도 했다.

연제구는 로드킬을 막기 위해 지난달 13일 생태환경 조사 용역에 나섰다. 매년 4~5월 사이 새끼 두꺼비들이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인근 차도까지 올라와 로드킬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생태환경조사를 벌여 두꺼비 보호와 서식지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끼 두꺼비 개체수 파악과 함께 무선 추적기(GPS)를 두꺼비에 달아 행동 권역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산란 장소인 연못 2곳에 그물 보호망을 치고 개체수 파악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다만 용역은 12월이 되어서야 완료될 예정이라 그때까지 두꺼비 서식지 보호와 로드킬 방지 대책은 예년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용역 시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부산환경회의 최대현 공동대표는 “두꺼비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조사하려면 어미가 산란을 끝내고 돌아가는 3월 초가 가장 적절한 시기다”며 “지금은 어미 두꺼비 대부분이 돌아가버린 상황이라 용역 조사는 환영하지만 시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새끼 올챙이들 서식지인 연못도 많이 훼손된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온천천 오수관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연못 서식지 주변은 공사판으로, 연못은 시꺼먼 물로 변했다. 연안교부터 안락교까지 1621m 구간에 이르는 노후 오수관을 정비하는 이 공사는 7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여름까지 공사가 이어지면서 올해 온천천을 찾은 올챙이들은 오염된 서식지에서 자라날 것으로 우려된다. 두꺼비는 통상 2월 말~3월 초에 알에서 깨어나 59일간의 올챙이 시기를 보낸 뒤 5월 초께 뭍으로 올라간다. 최 대표는 “연못의 오염이 지속되면 올챙이들 생존율에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제구는 빠른 시일 내에 로드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제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연못 위 차로 쪽에 두꺼비를 주의하라는 현수막을 두 개 설치할 계획이다”며 “빠른 시일 내로 설치를 완료해 로드킬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생태연못 오염에 대해서는 “부산시 건설본부가 시행하는 공사로 인한 피해이며 생태연못 관리는 온천천관리사무소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구청에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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