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맞대결’ 유력한 부산 남구, 이미 불붙은 ‘수 싸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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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2대 총선서 합구 가능성
여 박수영-야 박재호 격돌 예고
행정 전문가 vs 지역 밀착형
지역 현안 놓고 건건이 대립각


박수영 의원(왼쪽)과 박재호 의원 박수영 의원(왼쪽)과 박재호 의원

22대 총선은 아직 1년여 남았지만 부산 남구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거구 조정으로 갑·을 선거구의 ‘합구’가 유력한 남구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현역 의원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합구에 대비한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남구에서는 갑 선거구의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을 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남구 인구가 2개 선거구 유지를 위한 기준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천’ 변수가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현역 의원이 아니면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본다.

여야 현역 의원 맞대결 구도가 잡히자 양측은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들어간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남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문항에는 남구 여야 현역 의원 지지도와 남구 합구에 대한 의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여론조사를 “우리가 한 게 아니다”고 말한다. 정당 내부용 여론조사 등 결과가 공표되지 않는 여론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의무가 없어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정치권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두 의원은 지역 현안을 놓고도 대립각을 이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현안이 ‘55보급창 이전’이다. 박수영 의원은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위해 55보급창 이전이 필요하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남구 주민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하며 미군 8부두 이전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호 의원은 “55보급창은 남구가 아닌 부산항신항 배후부지 등 외곽으로 이전돼야 한다”면서 “55보급창이 신선대 부두로 이전될 경우 지역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의원은 특히 박수영 의원의 ‘미군 8부두’ 이전 보상안을 “보상의 실체가 없고, 두고두고 남구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정치 이력에서도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박수영 의원은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었다. 서울법대 재학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 년간 공무원으로 살았다.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학 정책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에서 요직을 거쳤고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2009년 경기도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김문수·남경필 지사 시절 부지사를 지냈다. 2015년 경기도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기도 수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다.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장점인 박수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초선이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대통령실의 관계자는 “부산 의원 가운데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박수영 의원 정도”라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이 최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된 사실도 이례적이다. 내년 총선에서도 중앙정치 무대에서 적극 활동하며 ‘고공전’을 펼칠 전망이다.

박재호 의원은 ‘지상전’에 익숙한 정치인이다. ‘상도동계 막내’ 세대인 박 의원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1986년 당시 상도동계 핵심이던 서석재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는 청와대 인사재무비서관을 지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고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박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 3번 연속 남을에 출마했으나 모두 현역의원(김무성, 서용교)에 밀려 낙선했다. 2016년 서 의원과의 재대결에서 승리해 초선 의원이 된 그는 2020년 총선에서 당시 현역이던 이언주 후보와 대결해 재선에 성공했다. 보수 우세의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재선에 성공한 데 대해선 ‘지역 밀착형’ 활동과 ‘치우치지 않는’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반대 스타일의 현역 의원 맞대결 가능성 때문에 부산 남구는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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