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끓여라” “연차 왜 가” 공무원 갑질 ‘논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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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서장 즉각 조치”
서구청, 조사단 구성 착수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 한 구청 공무원이 부서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구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부산 서구청은 과장급(5급) 공무원의 갑질 논란이 제기된 부서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위해 조사단 구성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서구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서구청 공무원 A 씨는 지난달 27일 노조 게시판에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 씨가 작성한 글에는 같은 부서 상사 B 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와 비인격적인 대우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A 씨의 문제제기 이후 노조는 지난달 31일 해당 부서 직원들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대다수 부서 직원이 B 씨로부터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갑질 내용을 묻는 문항에는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고함을 치며 면박을 받았다” “폭언과 함께 종이를 구겨서 던졌다” 등이 나왔다.

그 외에도 아침마다 차를 끓여오라는 지시를 하거나, 연차 사유를 물으며 휴가를 대면으로 승인 받아야 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이어 노조는 ‘갑질 부서장에 대한 즉각조치 촉구 성명서’를 내고,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와 갑질 근절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등을 구청에 요구했다. 갑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B 씨에 대한 인사 조처 등 후속 조치도 요구에 포함됐다. 현재 글을 쓴 A 씨는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갑질은 인격을 파괴하고 심할 경우 트라우마를 주기도 한다”며 “이번 사태를 일회성 조치로 끝낼 게 아니라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장기적 대응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단에 노무사 등 외부 인사도 포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진상을 파악해 향후 방침을 세우겠다”고 전했다.

이번 갑질 논란에 대해 노동 문제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연차 휴가는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 권리인데, 연차 사유를 묻는 것 자체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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