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 "매 순간이 ‘리바운드’…온 몸과 마음 쏟아 만들었어요"
5일 개봉 영화 ‘리바운드’
강양현 코치 역할 맡아
부산 중앙고 옆 대연고 출신
배우 안재홍의 연기 변신이 날로 새롭다. 꿈을 간직한 청춘의 얼굴(영화 ‘족구왕’)이다가 익살스러운 신하(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였던 그가 푸근하고 따뜻한 동네 오빠(드라마 ‘응답하라 1988’)와 스타 드라마 PD(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대중을 찾더니 이번엔 ‘농구부 코치’ 옷을 입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에서 안재홍은 엄청난 흡인력을 보여준다. 의욕 넘치고 단단하며 능청스럽지만 순박한 ‘강양현 코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변주해낸다.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새 작품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덕분에 2012년 ‘최약체’ 중앙고 농구부가 이룬 기적 같은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빚어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온몸과 마음을 쏟은 작품”이라며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하다”고 밝게 웃었다.
안재홍은 이 작품과 지난해 두 계절을 함께 보냈다. 싱그러운 봄과 뜨거운 여름에 부산과 안동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이 영화와 꼭 닮은 계절에 장항준 감독, 농구부원을 연기한 배우들과 열정을 쏟았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강 코치는 각자 개성 있는 여섯 명의 농구부원을 뭉치게 하는 인물이에요. 사실 강 코치도 어린 나이였거든요. 그 과정이 얼마나 떨렸을까요. 강 코치가 농구를 대하는 마음을, 제가 연기를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안재홍은 ‘강 코치’ 그 자체다. 2012년 스물다섯 강 코치를 그 모습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작품을 준비하며 외형부터 말투, 표정, 습관까지 철저하게 신경 쓴 덕분이다. 이전 작품 속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천(千)의 얼굴이다. 안재홍은 “멀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니까 그 인물 자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체중을 10kg 증량했다”며 “모든 경기 영상과 자료를 보면서 의상과 구두, 헤어 스타일부터 안경, 팔찌 등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안재홍은 중앙고의 옆 학교인 남구 대연고등학교를 나왔다. 영화 예고편 공개 후 부산 사투리 연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사실 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개봉 전 부산 시사회에선 오히려 ‘사투리까지 맛깔나게 잘 살렸다’는 평이 많았다. 그는 “강 코치님의 말투를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의 촬영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합숙하면서 촬영했어요. 주로 중앙동 쪽 맛집을 팠죠. 배우들과 스태프들 동선이 거의 똑같아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말이 통하는 외국에서 촬영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영화 제목인 ‘리바운드’는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2009년 단편 영화 ‘구경’으로 데뷔한 후 뚜벅뚜벅 걸어온 그에게 ‘리바운드’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안재홍은 “매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영화 ‘1999, 면회’로 첫 장편 주연을 했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갔다”며 “‘족구왕’을 만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계속 리바운드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매 작품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공은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지내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바람을 덧붙인다. “이번 작품은 앞으로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해요. 감독님께도 정말 많은 걸 배웠고요. 박진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농구 장면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울컥하게 되는 작품이에요.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흠뻑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