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31번째 나토 회원국 된다… “러, 혹 떼려다 혹 붙였다”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최종 가입
군사력 갖춰 러에 새 위협 될 듯
서방과 러 접경 북극권까지 확대
러 “접경지 군사력 강화” 으름장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가 북미·유럽 국가들의 군사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3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성사에 따라 러시아가 마주하는 나토 회원국과의 국경은 배로 길어졌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외교장관회의 안건 설명을 위한 사전 기자회견에서 “내일 오후 이곳 나토 본부에서 처음으로 핀란드 국기가 게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국기 게양식에는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30개 회원국과 핀란드·스웨덴 외교장관을 비롯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스웨덴과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나토 합류를 위해선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며, 특히 각국 의회가 신청국의 가입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핀란드는 30개국 중 튀르키예가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비준안을 가결하면서 가입 요건이 완료됐다. 현재 남은 건 회원국들의 비준안 및 핀란드 가입서를 ‘나토 조약의 수탁국’인 미국에 전달하는 마지막 형식적 절차뿐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4일 핀란드의 가입을 비준한 마지막 국가인 튀르키예가 승인한 공식 문서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성사되면 핀란드는 다른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모든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안전 보장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는 북부 고지대 영하의 온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예 부대와 함께 실질적이고 잘 훈련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핀란드는 대규모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십 대의 미제 F-35 스텔스 전투기 등 군사 장비에 많이 투자했다.
AP통신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략적이면서 정치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가 동유럽 국가를 포섭하면서 러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 줄곧 불만을 품어왔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중립국인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접하는 국경만 더 길어진 셈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km에 이르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이 이제 유럽의 발트해 지역에서 북극권까지 이동한 꼴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를 축소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였다”면서도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핀란드가 가입하더라도 핀란드 주둔 군사력을 즉각적으로 강화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토 핀란드 접경 지대에 추가 병력과 장비를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핀란드 영토에 다른 나토 회원국의 병력을 배치할 경우 서부와 북서부에 러시아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