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해’ 불러 놓고 ‘현수막법’ 또 개정
여야, 민원 빗발치자 개선 토론회
옥외광고물법 4개월 만에 재논의
‘정치 공해’ 비난이 쏟아지는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와 관련, 여야가 한목소리로 옥외광고물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정당 현수막을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킨 지 불과 4개월 만에 재개정에 나선 것이어서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 여론도 높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당 현수막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서는 수량과 규격, 게시 장소의 제한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법 개정으로 고삐가 풀리자 여야는 상대 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현수막을 무차별적으로 설치했다. 일례로 민주당이 ‘정순신판 글로리, 연진아 네 아빠도 검사니?’라는 현수막을 걸면 그 아래에 국민의힘이 ‘이재명판 글로리,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라는 맞대응 현수막을 거는 식이었다.
전국의 거리가 여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자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를 앞둔 부산에서는 실사단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지적(부산일보 지난달 20일 자 1면 등 보도)이 제기돼 여야 정치권이 현수막을 일제히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여야는 이날 토론회에서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축사에서 “국민의 눈을 어지럽히고 안전까지 위협하는 현수막 설치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법 취지와 다르게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국회 행안위원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정치하는 사람도 혐오스러울 지경인데 국민은 얼마나 더 혐오스럽겠느냐. 우리가 만든 덫에 우리가 걸린 게 아닌가”라며 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 김민철 의원 등이 발의한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지난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규제를 받는 일반 사업자 현수막과의 형평성, 정당 홍보물의 난립, 주민의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의 부정적 의견에도 여야가 별다른 이견 없이 처리했다. 이 때문에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한 졸속 입법으로 국민만 피해를 입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여야 의원들은 이미 정당 현수막 게시 장소와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재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해 놓은 상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