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두한 트럼프, 제기된 34건 혐의 모두 부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4일 뉴욕지법 출석해 혐의 부인 또는 침묵
검찰 “성추문 입막음 뒷돈·회사 회계 조작”
기자회견서 “법 집행기관 이용 선거 개입”
미 언론 “남북전쟁 직전 사회 분열과 유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에 대해 혐의를 부인한 것 외에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에 대해 혐의를 부인한 것 외에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전·현직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부산일보 지난 3일 자 14면 등 보도)이 법원에 출두해 본인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로 미국 내 정치적 분열 양상이 더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34건의 중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라고 주장했다. 기소인부절차란 미국 형법상 피고인에게 기소 사유를 알려주고 기소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피고인에게 심문하는 과정을 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도착 전 맨해튼지검에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출을 우려한 뉴욕 당국이 이를 취소했다.

뉴욕 맨해튼지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헨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6700만 원)를 건넸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트럼프그룹의 회계 장부 조작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대니얼스를 증인으로 출석시킬 의향도 내비쳤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 이외에도 또 다른 성추문 의혹 대상자인 성인잡지 전 모델 캐런 맥두걸 등에게도 입막음용 돈을 지불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 검사장은 기소인부절차 종료 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 관련, “불리한 정보와 불법 행위를 유권자들에게 숨기기 위해 기업 정보를 조작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무죄를 항변할 때 몇 차례를 제외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는 45분간 진행된 기소인부절차가 종료된 뒤에도 말없이 법원을 떠났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복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견에서 자신의 피소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복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견에서 자신의 피소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심리 중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대중을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머천 판사는 오는 12월 4일 법원에서 다시 검찰과 변호팀의 의견을 듣겠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제 재판은 내년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함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그는 “내가 저지른 유일한 일(범죄)은 나라를 파괴하려는 자들로부터 지켜낸 것”이라며 “우리는 쇠퇴하는 국가이고 이제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이 법 집행기관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미국 언론은 하루 종일 맨해튼 법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숙소인 트럼프 타워 앞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CNN 방송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후 1시께 숙소에서 나와 맨해튼 법원으로 출발하자 헬기까지 띄운 뒤 차량을 뒤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 장면을 전달했다. 맨해튼 법원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 수백 명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 기소 이후 심화된 미국의 정치적 분열상을 보여줬다. 미국의 시사 매체 타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미국 내 갈등을 증폭시키자 “미국의 상황이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와 유사하다”며 “내전 발발 조건이 충족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밖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왼쪽)와 반대 시위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밖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왼쪽)와 반대 시위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