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공항이 가져올 신문화지리지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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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에디터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으로 부산 변화
‘K컬처’ 알리는 아시아 문화 허브 기대
엑스포 유치 성공해 새 문화지도 그리길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

뉴스를 들으며 코로나 이전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가던 고난의 길을 떠올렸다. 부산-인천 내항기라도 타면 운이 좋은 거였다. 기차·버스·비행기로 서울을 경유해 인천까지 무거운 짐을 끌고, 길고 긴 대기 시간에 지쳐 출국 전에 진이 빠졌다. 해외에서 부산을 찾거나 부산에서 해외로 나가던 예술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부산의 20년 숙원사업이던 가덕신공항이 2029년 개항된다. 지금부터 6년 뒤에는 인천공항 대신 가덕신공항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산업부터 일상생활까지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우선 이동의 제약이 사라진다. 해외 아티스트 전시 계획을 잡고 있다는 부산의 한 갤러리는 실무적으로도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부산을 찾는 예술가들은 인천을 찍고 서울을 찍으며 ‘여기가 진짜 제2의 도시가 맞나’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아트페어의 경우 직항이 있고 없고에 따라 차이가 크다. 신공항이 열리면 해외 컬렉터와 갤러리 참여, 작품 반입과 반출이 쉬워진다. 전세기도 띄울 수 있어 세계적인 문화예술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된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신공항이 있는 부산은 명실상부한 국제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부산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다. 지난해 9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키아프와 함께 열렸다. 당시 프리즈를 찾은 해외 미술인 중 부산비엔날레 방문 계획을 세웠다가 교통 문제로 포기한 경우가 있었다. 제한된 일정에 부산을 왔다갔다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공항이 생기면 ‘부산 입국, 서울 출국’으로 일정을 짤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싶지만 이동 동선과 시간 문제로 ‘불발’된 세계적 영화인의 부산 방문도 늘어날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협업도 편리해져 부산의 글로벌 영화·영상도시 도약에 도움이 된다.

왕래가 늘면 교류가 확대된다.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에 걸리던 시간도 기존 4일 이상에서 2~3일로 줄어들 수 있다. 음악·무용·연극 등 공연예술 분야까지 더 자주 교류할 기회가 열린다. 아시아에서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도시는 50곳 정도. 신공항을 통해 부산 예술인은 더 많은 도시와 연결될 수 있다. 서울·인천을 경유하지 않아도 돼 시간과 비용도 절감된다. ‘로컬 투 로컬’ 시대 아시아 여러 도시와의 교류로 부산은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 허브가 될 수 있다.

공항은 방문객을 환영하는 도시의 얼굴이다. 가덕신공항 자체를 미술관으로 만들 수 있고, 신공항 인근에 수장고형 미술관을 지을 수도 있다. 재활용 재료를 이용하고 탄소 배출량을 확 줄인 친환경 미술관, 지역민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는 보이는 수장고형 미술관, 한국 중견 아티스트를 알리는 공항 미술관 등 가덕신공항을 부산의 자연 환경과 부산의 콘텐츠를 알리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공항 미술관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예술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함으로 ‘한국과 부산의 문화예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기지를 만들자’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강이 있다. 대도시이면서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부산의 강점이다. 도시로서의 기본 인프라에 신공항이라는 날개까지 달면 부산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문화기획자 A 씨는 신공항이 역량 있는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미술 행사라고 해서 미술만 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도시가 가진 문화와 역사 인프라를 같이 본다는 이야기에서 도시가 가진 문화적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부산일보〉에 보도한 ‘신문화지리지-부산의 재발견’ 시즌 2가 책으로 나왔다. 건축, 무용, 문학, 문화재,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축제 등 발로 뛰며 확인한 부산 문화를 기록했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가덕신공항이 만들어 낼 변화와 연결지어 봤다. 국내외에서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부산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라이브클럽은 외국 관광객이 음악 한류를 체험하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야외에서 펼쳐지는 부산국제무용제, 코미디나 매직 페스티벌도 색다른 K축제로 주목받을 수 있다. 신공항을 통해 부산은 분야별로 다양한 ‘K컬처’를 세계로 전파하는 기지가 될 수 있다.

가덕신공항으로 부산은 어떻게 바뀔까? 2030 부산세계박람회까지 유치하면 그 변화의 폭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변화한 부산 문화의 모습이 어쩌면 신문화지리지 시즌3에 기록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미리 기대해 본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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