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주도주 바뀌나… 현대차, 삼성전자 14년 만에 앞설 듯
현대차그룹 1분기 영업익 전망
10개사 합산 6조 1638억 원
삼성 2조 9700억 원 뛰어넘어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폭락과 TV 수요 감소 등으로 부진한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실적 신기록을 내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분석한 국내외 증권사의 상장사 실적 전망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약 2조 5000억 원, 기아는 약 2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9년 2분기 이후 분기 영업이익 1위를 14년 동안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줄어든 1조 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순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가운데 1분기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15.6% 증가한 19만 8218대를 팔았고, 기아는 21.8% 늘어난 18만 4136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 개별·합산 실적 모두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공급 완화와 주요 차종들의 신차 효과로 생산과 판매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집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앞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10개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이노션)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92조 2691억 원과 6조 1638억 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그룹 12개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94조 984억 원과 2조 9700억 원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이 삼성그룹보다 약 3조 2000억 원 더 많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 12개 사는 영업이익이 16조 2689억 원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그룹 10개 사는 영업이익이 5조 3400억 원으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당시 현대차는 삼성, SK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시장 상황 변화로 불과 1년 만에 2000년 출범한 현대차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기업 자리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기아의 품질이 좋아지고 전동화에서도 성공하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실적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회복된다고 해도 현대차·기아는 올해 전체 실적에서 역대 최고치가 예상되는 분위기여서 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