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살상무기 제공” vs “제재 동참만”… 한국, 우크라 지원 어디까지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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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군사원조 압박 한국 상황 보도
EU 의장 등 내달 방한해 요청 가능성
“윤 정부, 북·러 밀착 우려에 난색 표명”
국내 전문가 “소모전 상황서 신중해야”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을 넘겼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경쟁력 있는 군수산업을 보유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인도적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살상무기 지원 요구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EU 전문 매체 EU옵서버는 지난달 31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5월에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옵서버는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한국이 EU와 함께 러시아·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에 보조를 맞출 것을 권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군사적 지원을 공급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월 24일 러시아 침공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콕 찍어 거론한 적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며 한국 지도부 초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유럽 측의 압박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1월 한국을 찾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꺼리는 이유를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미국 매체 디플롯맷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전 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손상을 우려했다”면서도 “현재의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지원이 이뤄지면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북한에 현대적인 항공기나 무기 프로그램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진단했다.


■“인도적 지원에 집중해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현재까지 살상무기만 지원하지 않았을 뿐 인도적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까지 외면한 것은 아니다. 스탠가론 선임연구원도 이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한국은 전쟁 발발 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용 물품 수출 규제에 동의했고, 서방의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 제재에도 동참했다”며 “한국은 우크라이나에도 긴급 의료용품과 어린이 백신, 발전기 등를 비롯해 난민 지원을 위한 유니세프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고 썼다. 그는 또 “한국은 러시아 침략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추가적으로 1억 3000만 달러(1700여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문제에 대한 한국의 딜레마를 의식한 듯 다른 방식으로 한국이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전략 무기 수출 관리를 강화해 러시아가 튀르키예나 카자흐스탄, 중국 등 제3국으로부터의 수입 우회를 차단하는 조치를 언급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헌하는 방법도 거론했다.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한국이 이 전쟁에 더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게 그들의 국익에 더 부합할 수 있다”면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은 유럽으로부터 보급품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고 썼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소모전으로 고착화될 조짐도 보이기 때문에 살상무기 제공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임석준 교수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경사로, 이른바 ‘슬리퍼리 슬로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대러 제재 동참과 인도적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우리 안보에 집적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여부를 매우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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