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의 월드 클래스] 동아시아 도시의 합종연횡
정치부 기자
올해 2월 3~4일 부산에서 열린 ‘제15차 부산-후쿠오카 포럼’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열린 두 도시의 교류 행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두 도시의 우애는 포럼 마지막 날인 4일 ‘2030엑스포 부산 유치를 지지한다’는 ‘의장총괄’을 채택해 더욱 빛났다. 이번 포럼에서도 역시 최대 화두는 두 도시의 공동 번영을 위한 ‘초광역경제권’ 형성이었다.
당시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취재하면서 지역 소멸까지 부를 수 있는 인구 급감 시대에 동아시아의 인접 도시와 블록경제권을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한·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인구 절벽’ 현상이 유독 심각하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인구가 전년보다 85만 명 줄어 14억 1260만 명을 기록했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2100년에 8억 명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노동연령인구도 2022년 1636만 명에서 2030년 1507만 명으로 129만 명, 7.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1899년 관련 기록을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80만 명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 꼴찌라는 점에서 한국인이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동아시아 국가가 유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인구 급감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 부담을 떠안는 경향이 높고, 학력주의가 강조돼 교육 경쟁까지 불거지면서 자녀 낳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부산-후쿠오카 포럼에서 두 도시가 자유로운 인구 이동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한다면 인구 급감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부산과 후쿠오카만 하더라도 청년 유입에 효과가 있는 스타트업 활성화에 노력을 쏟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는 부산이 중국의 상하이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민간 경제 부문에서 부산과 상하이의 활발한 교류를 시도해 볼 만하다.
부산은 과거에도 후쿠오카와 상하이를 하나로 묶어 본 경험이 있다. 1996년 9월 3일 해운대에서 부산과 후쿠오카, 상하이의 정·재계 인사, 석학, 언론이 모인 ‘한·중·일 국제심포지엄’이 그것이다. 당시에도 세 도시의 블록경제권 형성이 화두였다. 지금이야말로 동아시아의 도시들이 경제 협력과 문화·교육 교류 등을 추진해 성장을 촉진한다면 ‘인구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의외의 길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