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북항재개발사업 백서 발간에 부쳐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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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 부산항 북항
재개발 역사와 의미 담은 백서 출간
갈등과 논쟁, 설득과 협치 가득 담겨
향후 대규모 재개발사업 규범 되기를

지난주 부산은 손님맞이로 오랜만에 떠들썩했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 도시 선정을 위한 부산 현지 실사가 지난 4~7일 이뤄졌다. 실사단은 부산역으로 들어와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떠났다. 부산 언론은 이들의 동선과 행동, 말을 낱낱이 담았다.

실사단은 3박 4일 동안 을숙도생태공원, 북항, 영화의전당, 유엔기념공원, 광안리 등을 둘러보고, 도심항공교통(UAM) 첨단 기술, 조수미와 비 공연, 불꽃쇼 등을 관람했다. 실사단이 마지막 밤을 보낸 광안리의 불꽃쇼는 수십만 명의 부산시민이 함께하면서 초대형 주술 같았다. 그만큼 절박했다.

파트릭 슈페히트 실사단장은 부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부산시민 환대가 열정적이고 대단한 경험이었다”면서 “시민이 진심으로 세계박람회를 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오는 6월 말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1개 회원국에 배포될 실사 보고서에 부산시민과 그의 진심이 올곧게 담기기를 기대한다.

실사단 방문에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지만,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인 ‘부산항 북항’의 재개발사업 백서가 그즈음에 발간됐다. 백서는 기획부터 출간까지 무려 29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지난했다. 이번에 출간된 백서는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구역에 국한했지만, 인근 자성대부두와 그 주변 지역이 세계박람회 부지로 확정된다면 2단계 백서도 곧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북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백서 앞부분의 구글어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4년과 2022년, 두 사진만 비교해도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아니 ‘벽해상전’이라고 해야 할까. 1~4부두의 컨테이너는 모두 사라졌고, 그곳에 친수공간이 들어섰다. 사진은 시간 흐름과 함께 변화가 컸다. 물막이와 매립 공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수로, 마리나, 오페라하우스, 보도교 등의 대역사가 순차적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북항 재개발 논의는 1997년 부산항 신항 건설 계획과 함께 시작됐다. 북항이 지닌 한계와 연결됐다. 북항은 일반화물 처리를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지어졌지만, 컨테이너 시대에 접어들면서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부두 운영이 계속됐고 부두 시설 파손도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 추세와 터미널 간 국제 경쟁이 심해졌고, 이에 신항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면서 북항 재개발 논의도 함께 불붙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해 “부산의 얼굴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가 말한 부산 얼굴은 다름 아닌 북항이었다. 부산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대통령다운 ‘혁신’이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그랜드 디자인은 2006년 12월 ‘부산항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로 이어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마스터플랜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유명한 ‘북항 슬리퍼’ 얘기가 나왔다. “두바이처럼 세계의 돈이 다 모이는 공간으로 재개발하면 부산시민이 얻는 게 무엇입니까. (중략)지하철만 타면 슬리퍼 신고도 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노 대통령은 “가능한 공간을 많이 비워서 친수공간으로 만들어 보라”며 수정을 지시했다.

북항 재개발은 그러나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논쟁을 낳았고 수정 작업이 반복됐다. 해양수산부의 ‘재개발사업계획 변경’ 고시도 10차례나 있었다. 공공성 강화, 1부두 피란수도 유산 보존, 행정구역 관할권 논쟁 등은 백서가 임의로 추려 낸 9개 쟁점에 불과할지 모른다.

전국에는 중앙정부가 주도한 재개발사업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항만도 있다. 하지만 부산항 북항만큼 큰 규모로 추진된 것은 전례가 없다. 그것도 중앙정부가 건설한 대규모 컨테이너 항만을 고쳐서 재사용하지 않고 시민 품으로 넘긴 것은 최초 사례다. 북항 재개발은 그래서 ‘역린’에 가까운, 중앙정부의 혁신이자 시민혁명의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백서에는 그동안 발생한 갈등과 중재, 조정, 협치가 무수히 담겼다. 향후 중앙정부가 새로운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침서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백서 발간사에서 “북항을 시민 품으로 돌려 드리겠다는 정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항해”라면서 “앞으로 진행될 항만 재개발사업, 항만 배후부지 개발사업 등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의미가 빛바래지 않도록, 북항이 시민 품에 완전히 안길 때까지,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그리고 부산시의 부단한 관심을 촉구한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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