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명도 바꾸는 지방대, 통폐합서 활로 찾아야
13개 국립대 교명, ‘국립’ 부가 개명 허용
현재론 통폐합 불가피, 과감한 조치 필요
학생 수 감소로 존폐 기로에 처한 지방대의 활로 모색을 위해 비수도권 13개 국립대학의 교명 앞에 ‘국립’을 붙이는 개명 작업이 추진된다. 교명부터 ‘국립대’임을 강조해 신입생 충원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교육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13개 국립대학이 신청한 교명 변경을 일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학교의 정체성이 담긴 교명마저 바꾸지 않을 수 없을 만큼 21세기 대한민국 지방대의 생존을 위한 사투가 눈물겹다. 그럼에도 안팎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최종적으로는 대학 통폐합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일단 국립대로의 개명 추진은 단기적으론 물론 신입생 충원이 목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대학과의 통합까지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에 교명 변경 신청을 한 국립대는 부울경의 부경대, 창원대, 한국해양대를 비롯해 총 13곳으로, 이들은 길게는 2021년 10월부터 교명 변경을 줄곧 요청해 왔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과 졸업생들의 취업난 돌파에 개명을 통한 국립대 마케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명이 바뀌면 각 대학은 학교 상징물이나 관인, 문서에 국립대임을 나타내는 문구나 표식을 할 수 있다. 국립대라는 명시적인 각인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개명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전제 앞에서는 지방대 생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아무리 이리저리 대책을 짜내도 결국 대학 통합 논의를 비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대학 당국도, 이를 모르는 이는 없다. 개명 조치 역시 여기로 향하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정부가 이번에 국립대 통폐합 규정 정비 방침도 아울러 밝힌 이유다. 대학 구조개혁과 특성화를 위해 필요시 교육부 장관이 2개 이상의 대학을 통폐합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세부 내용은 놔두더라도 현실적으로 최후 수단인 대학 통폐합 카드는 불가피해 보인다.
통폐합 움직임은 이미 일부 국립대에서 진행 중으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실제 통합한 선례도 있다. 경남 진주의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는 올해 경상국립대로 새로 출발했다. 부산대-부산교대를 비롯한 전국 6개 대학에선 통합 논의가 오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움직임이 최종 결과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통폐합이 말은 쉽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이주호 장관이 지난달 국립대 부지 처분 대금의 대학 재투자를 밝히며 국립대 간 통폐합 분위기를 띄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과감한 조치와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도 지금보다는 더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