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공동주택 비리 척결 대책, 문제있다.
박진관 건축설비 분야 제1호 대한민국명장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의문 중 하나가 우리 아파트 관리비는 제대로 사용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공동주택 관리 비리를 바로잡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단체와 함께 공동주택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관리비 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관리소장의 관리비 잔액 확인 의무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합동점검을 통해 불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관리 주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필자는 이러한 정부의 아파트 관리비 근절 대책에 대해 공동주택 관련 분야 전문가로서 관리 비리를 밝혀내 사법기관에 고발을 통해 관리 비리를 저지른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원과 위탁관리업체 소장 등에게 벌금형을 구형받도록 한 경험이 있다. 이에 이 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단지는 거의 대부분 위탁관리업체에 의해 위탁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위탁관리업체의 선정과 각종 공사 등은 정부 공인 전자입찰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적격심사 및 업체 선정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평가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위탁관리업체를 비롯한 수십억 원이 넘게 소요되는 각종 공사 등 입찰 참가업체의 능력을 평가하는 평가위원인 입주자 대표들이 대부분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2000여 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 통합 경비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전문 지식이 없는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원들이 25억 원이 넘는 통합 경비 업체를 뽑으면서 무려 1억 원 이상이나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했다.
필자는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질의 결과, 위법 사실이라는 답변을 받았으며 국토교통부에서는 부산광역시에 관원회신문까지 발송하여 위법 사실을 통보하였고, 부산광역시는 관할 지자체에 이러한 사실을 이첩하였으나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일 내용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아파트 단지에 대해 인근 김해시에서는 위탁관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장의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공정거래위원회와 공동으로 관리 비리 담합 행위 등을 밝히겠다고 발표를 한 것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필자가 관리 비리 사실을 밝혀내 관할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관할 지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했고 이에 필자는 입주민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 감사원과 부산시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결과 3년간 무려 21건의 관리 비리가 밝혀졌고, 그 중 회계 부정과 관련해 3건이나 수사 의뢰가 진행됐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위탁관리업체 소속인 관리소장이 공모해 관리 비리를 저질러도 이를 밝혀내고 처벌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필자와 같은 전문가가 공동주택 관리 비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입주민들 또한 관리 비리와 관련해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관리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탁관리업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업체 선정 시 광역단체 및 지방자치 단체에서 기술심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통해 업체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공동주택 관리 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신고된 내용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실시, 비리를 저지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사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법만이 공동주택 관리 비리를 척결하는 길이라고 지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