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당한 노인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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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율 부산노인복지진흥회장

늙음을 민망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끄러워도 말자. 젊은이들이 보기에 답답하고 딱할 수도 있으나 무정한 세월을 당할 자가 누구던가. 분칠같이 곱던 얼굴에 검버섯 피는 것, 굽어진 등, 총명하게 밝던 귀가 적막강산이며, 콧물조차 흐르는 것 그 누군들 원하랴. 찬란하다 한들 젊음을 지켜낼 장사는 없다. 노인가(老人歌) 중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반대 마라/ 오는 백발 누군들 피할 수 있으랴’라는 구절은 인생의 허무함과 늙음을 물리치고 싶은 간절한 노인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즉, 늙는다 해도 추한 인생을 살아서도 안 되며. 장수한다 해도 노추는 불행한 일이 아니다는 말이다. 100세 시대에 멋있게 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면을 가꾸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면도 다듬어 당당한 노인, 멋있는 어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 나이 들지 않는 법 중에 ‘신념이 있는 사람은 젊고 의심이 생기는 날 늙어 지느니라. 자신이 있는 한 젊음이요. 두려움이 있는 한 늙음이라 하였다’라는 내용도 있다.

최근 80세 후반 할머니들의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손자 며느리 결혼식 참석에 관한 것이었다. S할머니는 손자 며느리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며느리 대신 애지중지 키운 손자의 결혼식에 참석을 권유받았지만 사양하였다고 한다. 주름지고 등 굽은 할머니가 손자의 우인 대표들은 물론 손자 며느리 가족들에게 혹시나 ‘90 늙은이’의 주책을 보일 것 같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C할머니는 손녀 결혼식장의 앞좌석 상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몰래 결혼식을 지켜보다가 아들에게 이끌려 앞좌석에 앉았다고 한다. 그 할머니들은 왜 그랬을까? 아마도 손자의 체면이 깎일 것 같은 지나친 노파심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가족 구성원은 물론 집안의 어른으로서 손자 며느리 결혼식에 당당하게 참석해 축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늙음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노인이 되었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해마다 정상품의 당상관들에게 베풀어주던 기로연, 즉 경로잔치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지금의 5월 8일 ‘어버이날’, 10월 2일 ‘노인의 날’ 같은 국가적 경로 행사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2000년대부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했던 전국노인복지단체 대표들 초청·오찬 행사가 있었는데,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은 물론 국가 주요 정책을 알리고 노인대표들이 각종 건의 사항을 하던 자리였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이후 그 행사는 아쉽게도 개최되지 않고 있다.

장수는 축복받을 일이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는 물론 친구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또 행운이다. 그래서 늙음을 자학하지 말아야 한다. 멋있는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멋진 어른은 호기심이 완전히 연소할 때까지 배우는 것이라 했다.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자.

‘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하지 말고, 남의 일에 칭찬을 많이 하소’라는 조언은 노인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지금의 젊은이도 늙어간다. ‘나 늙어 노인 되고, 노인이 젊어 나였네. 노인과 나는 둘이 아닌 하나로다’라는 구절은 노소가 함께 되씹어 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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