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이익 없다” 윤재옥 약속에 영남 의원 표심 몰렸나?
국힘 새 원내대표에 TK 3선
“공천에 억울함 없도록 버팀목”
물갈이론에 예민해진 표심 잡아
유력한 수도권 후보 꺾고 선출
친윤 기반 영남 색채 더 강화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3선의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이 선출돼 김기현 체제의 여당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기현(울산 남을) 대표, 박대출(경남 진주갑)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등 9명 중 6명이 영남권 인사로 꾸려졌다. 윤 원내대표가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배경엔 ‘공천 지라시’와 ‘물갈이론’을 의식한 영남권 의원의 뒷심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109표 중 65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김 의원을 21표 차로 따돌리고 새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윤 원내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꼽힌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거대 야당의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 내 의회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년 총선을 의원 여러분과 함께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최대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친윤을 기반으로 하는 ‘영남’ 색채가 더욱 강화됐다. 김 대표는 울산, 박 정책위의장은 경남 진주, 윤 원내대표는 대구를 지역구로 뒀다.
유력한 후보였던 김 의원을 누르고 윤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경선 초반 수도권 안배를 위해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경기 안성)을 원내대표로 민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초반 판세는 김 의원이 윤 원내대표보다 유리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김 의원이 줄곧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강조해 왔고, 일부 친윤 핵심 인사가 물밑에서 지원한다는 소문이 돌아 영남권 표심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투표 직전 토론에서 “(현역이)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 점이 공천 물갈이론으로 예민해진 영남권 표심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영남권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공천설이 떠돌아 현역 의원의 불안감을 키웠다. 부산에선 일부 특정 의원만 공천을 받을 것이란 말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의원 실명을 담은 이른바 ‘공천 살생부 지라시'마저 퍼졌고 현역 의원들은 속앓이를 해 왔다.
여기에 대야 협상력을 지닌 윤 원내대표의 강점도 표심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2018년 드루킹 특검 당시 수석부대표로서 특검 세부사항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한 달간 협상을 벌였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쓴소리를 하는 선거대책위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강단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중역이 모두 영남권으로 꾸려진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 3역이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됐다'며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직 구성의 지역 다양성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