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리슈머와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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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인간은 미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예측을 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의 저자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다”며 미래에 대한 예측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2023 트랜드 코리아를 보면 올해 우리 나라의 변화될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데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체리슈머’(Cherry-Sumers)가 아닐까 한다.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으로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알뜰 소비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MZ세대이다. 소비재 생산 기업들은 MZ세대의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제품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체리슈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관련 혜택만 챙기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진일보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체리피커는 기업의 제품 구매, 서비스 이용실적은 좋지 않으면서 관련 혜택과 같은 실속만을 챙기는 데 관심을 두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부정적 용어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체리피킹을 합리적 소비로 인지하는 경향이 확대되면서, 이를 확장한 체리슈머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매일 먹어야 하는 농산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생존을 위한 섭취 대상으로 여겼다면 지금은 한 끼 식사도 본인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욕구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수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마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바로 ‘로컬푸드’(Local Food)라 생각한다. 로컬푸드란 특정 지역에서 농업인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그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촉진하는 활동으로 먹거리가 생산지로부터 소비자까지 이동하는 유통 단계를 줄여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 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하는 결과를 창출하는 제도이다. 소비자들은 로컬푸드를 통해 영양이 풍부하고 신선한 제품을 비교적 싸게 구입 할 수 있고, 유통단계 축소로 지역 내에서 운송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무엇보다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환경 문제가 대두된 1980년대 이후이다. 1970년대 이후 세계화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식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늘어난 결과 기존 식품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가 지구온난화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재조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컬푸드는 지속가능한 식단으로서 현 식품 유통 체계의 환경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농업인들은 로컬푸드 납품 농산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친환경 우수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작년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수는 675곳으로 연간 5455억 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한 것을 볼 때 소비자의 인식도와 이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걸맞게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더 많은 점포 개설에 대한 검토 뿐 아니라 운영을 위해 필연적으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체리슈머들의 알뜰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제도인 로컬푸드가 일상생활 속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 지자체 등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트랜드에 맞는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 모두가 쉽고 편하게 소비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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