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다”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 전시
안도 건축 세계와 인생관 소개
“장기 5개 없고 학력 없어도
청춘 유지 ‘본보기’ 되고 싶어”
“사람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게 만드는 좋은 미술관을 지어 달라고 하더라. 아시아에 없는,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면 반드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더라.”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SAN). 스페이스(공간)-아트(예술)-네이처(자연)를 결합한 복합 문화예술공간 뮤지엄 산이 10주년을 맞았다. 뮤지엄 산은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안도 타다오-청춘’(이하 안도 다다오)을 7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안도 다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안도는 ‘빛의 교회’ ‘퓰리처미술관’ ‘지추미술관’ ‘상하이 폴리 대극장’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이다.
지난달 31일 뮤지엄 산에서 기자간담회와 강연회를 가진 안도는 원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미술관을 지어 달라’는 한솔문화재단 이인희 고문에게 ‘이렇게 먼 곳에 미술관을 만들어서 과연 사람들이 찾아올까’라고 반문했다.
“정말 여성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이 고문 말하기를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은 본인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도 ‘아마 사람들이 안 오겠지’ 생각했는데, 연간 2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안도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 고문의 의욕과 파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공부, 세계적 건축가 올라
“빛은 희망, 희망 지탱하는 콘크리트”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 사용해
아무도 만들 수 없는 건축하고 싶어
“좋은 건축, 좋은 클라이언트가 먼저”
뮤지엄 산은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미니멀한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안도는 1970년대부터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했다. 제주에 있는 ‘유민미술관’ ‘글라스하우스’ ‘본태박물관’과 서울의 ‘LG아트센터’ 등 그가 설계한 건축 곳곳에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 사용됐다. 1984년 증축한 일본 ‘고시노 주택’을 보면 ‘비단 같은 질감의 콘크리트 벽’에 절묘하게 들어오는 빛이 보인다. 안도는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도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콘크리트는 1897년에 파리에서 만들어졌다.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이다. 콘크리트는 100년이 지나도 까딱하지 않는다. 프랑스 롱샹 성당(르 코르뷔지에 설계)을 보면 빛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그걸 보면서 빛은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희망이 있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 안도에게 빛은 희망이며, 그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은 콘크리트였다.
뮤지엄 산 입구에 ‘청춘의 사과’로 불리는 조형물이 놓여 있다. 3m 높이의 푸른 사과에는 일본어로 ‘영원한 청춘에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안도는 “빛을 보면서 항상 희망을 추구하는 마음이 담긴 사과를 만지면 1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10대나 20대 젊은 시기만이 청춘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100살까지 살려면 지적 체력과 신체적 체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안도가 희망을 말하는 것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대학도 안 가고 전문학교도 가지 않았다. 암에 걸려 수술을 하면서 5개의 내장을 적출했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장기가 다섯 개 없어도, 학력이 없어도 청춘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안도는 건축가로서 자기 일을 아주 즐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설계한 건물을 짓는 돈은 고객이 내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먼저 있어야 한다.” 과감하고 색다른 시도를 받아들이는 열린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일수록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거절한다. 계속 마음에 간직하면 나중에 실현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안도는 ‘효고현립미술관’에도 푸른 사과 조형물을 설치했다. “미술관 확장 프로젝트로 안도갤러리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아서 파란 사과를 설치했다. 그 덕분에 하루 300~400명이 찾아온다. 사과를 만지려면 안도갤러리를 반드시 통과해야 갈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작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안도는 좋은 건축을 위한 추진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안도가 건축을 맡은 도시의 행정가들은 ‘또 안도 씨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 어린책 책 숲 도서관’ 앞과 뒤의 차로를 인도로 바꾸기 위해 안도는 계속 시청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몇 번이나 찾아가니 ‘진짜 골치 아픈 사람이네’ 하면서 도로를 바꿔 줬다. 사회는 사람이 중심이다. 건축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뮤지엄 산의 ‘청춘’ 전시는 국제 순회전으로 안도가 직접 건축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전시이다. 안도의 건축 세계를 대표하는 원본 드로잉, 스케치, 영상, 모형 등 250점을 소개한다. 1부 ‘공간의 원형’에서는 1990년대 중반까지 건축 작품, 2부 ‘풍경의 창조’는 공동체 기억이 포함된 풍경을 담은 공공건축을 다룬다. 3부 ‘도시에 대한 도전’에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설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4부 ‘역사와의 대화’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한편 5월에는 뮤지엄 산 조각정원에 ‘빛의 공간’ 파빌리온이 설치되고, 건축&인문학 아티스트 토크 등 전시 연계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원주=오금아 기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