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감청 문건은 위조" 힘 싣는 대통령실… 민주당은 공세 계속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악의적 도감청 정황 발견되지 않아"
이재명 "실체 파악하고 공식 사과·재발 방지 약속받아야"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의 초점을 '유출 문서 위조'에 맞추고 이번 사안을 일단락할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더 이상 외교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측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라는 물음에 "(전달)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 어제 제가 말씀드린 사실은 미국이 확인을 해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미 국방장관이 먼저 한국 측에 통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평가가 일치했다"며 "논란이 마무리되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과 우방국 등을 광범위하게 도감청했다는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통령실은 대형 외교악재가 터졌다며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스라엘 등 당사국이 일제히 문건 내용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대통령실은 판단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우선 순위에 놓고 위기 봉합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야당은 정부의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땐 모으더라도 친구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 규명보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틀어막고만 있다"며 "정부는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