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리스크 막아야”… 김기현에 쏟아진 ‘쓴소리’
여당 중진 연석회의서 대응 주문
잇단 실언 김재원 엄중 문책 요구
“목사 손아귀에 움직이면 곤란”
시·도위원장 회의서도 “말 조심”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12일 당내 ‘전광훈 리스크’와 최고위원의 잇따른 실언 등을 두고 김기현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중진의원들은 연이은 당내 설화로 국민의힘이 지지율이 하락하는 점을 문제 삼고 김 대표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해 내년 총선을 승리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4·5선 중진의원들은 당내 불화로 내년 총선 영향을 우려하면서 총선과 정책 등과 관련한 제언을 내놨다. 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해 당 차원에서 엄중문책할 것을 주문했다.
국회부의장인 5선의 정우택 의원은 당 지지율 하락세를 거론하며 “지자체 선거이긴 하지만 최근 재·보궐선거 (패배)가 주는 시그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장에 있어 보면, 당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집권 여당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은 힘들어한다.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5·18 정신 헌법 수록 문제, 제주 4·3 기념일, 전 목사 등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김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 체제 출범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도 “자꾸 지지도를 갖고 그러는데 지지도는 등락이 있는 것이고 문제는 자신감이다.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적소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엄중문책 등 당의 ‘행동’을 당부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전 목사가 20만~30만 명을 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온갖 선전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 수습해야 한다.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진들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룰 정비, 인재 영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사람을 미리 찾아서 준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특히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하고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대, 21대 총선에서 선거 환경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민주당은 이때 당내 공천 분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정부의 민생 경제 정책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경제가 좋을 땐 정치인이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용이 되지만, 어렵고 생활이 쪼들리면 (국민들이) 굉장히 짜증 난다”며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야겠지만,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서 해결해 주는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춰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에 이어 열린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중진의원들의 제언에 따라 언행을 특히 강조했다. 김 대표는 “큰일을 하려면 집안 식구부터 잘 단속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당 바깥의 다른 국민이나 외부 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말 하나, 행동 하나 모두 조심히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당 위원장 회의는 최근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의 언행이 잇따라 논란이 된 상황에서 당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가, 새 당무감사위원장에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각각 내정됐다. 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고법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선 대통령탄핵사건 국회소추위원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은 바 있다. 부산 출신의 신 교수는 아동심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며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인 나영이의 심리 주치의를 담당해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이날 윤리위원장 선임과 당무감사위원장 교체가 이뤄지면서 잇따른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당무감사 개시에도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