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헤어질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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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부산세계박람회 현지 실사 당시 정치 현수막 난립으로 실사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부산 여야 정치권이 현수막을 일제히 철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람회 유치를 응원한다는 내용으로 정치인의 거리 현수막 설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작년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적용 배제 조항 시행으로 정치인과 정당의 현수막은 일정 조건을 갖추면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게시해도 철거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무제한으로 거리에 매달려 있는 현수막은 그 자체로도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데다 환경 측면에서도 걱정거리가 돼 이를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는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기관 중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은 국회로, 국민 4명 중 3명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국민들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낮아졌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때다. 국회의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대표성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선거제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논의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현수막으로 이름을 알리던 낡은 정치와 헤어질 기회를 놓치지 말자. 전윤정 부산시 해운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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