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14) 영화를 바라보는 회화의 관점, 박은진 ‘98 가상스크린(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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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가상스크린(키스)’은 부산시립미술관이 1999년 개최한 ‘영화와 미술’전 출품을 계기로 미술관에 소장됐다. 박은진 작가는 1970년 서울 출생으로, 1995년 개인전 ‘Dream Bits’(덕원미술관)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1990년대 당시 영화 속 특정 장면이나 인물을 포착하고 재구성했다. 작가는 ‘영화의 이중적 실재’라는 층위를 질문하는 회화 작업을 전개하며 영상문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흡수해 나가고 있었다.

‘영화와 미술’전은 1998년 부산시립미술관 개관 이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맞춰 준비된 전시다. 매년 가을 정기적 개최를 구상하며 국제적인 영상미술전으로 키워나갈 야심 찬 계획으로 시작된 전시였다. ‘영화’와 ‘미술’의 상호영향력과 그 관계를 ‘투사’와 ‘반사’라는 부제로 풀어내고, 영화로 대표되는 영상문화에 대한 미술의 반응을 살펴보려 했던 전시에서 박은진 작가는 영화를 기반으로 한 회화작품 다수를 선보였다.

‘98 가상스크린(키스)’은 나비의 날개 모양처럼 이어 붙인 독특한 대칭형의 프레임에 그린 작품이다. 움직이는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화면으로 포착했지만, 유사한 장면을 프레임 중심을 기준으로 두 번 반복하여 그린 것이다. 이를 통해 정지화면에 동적인 성격을 부여한 작품이다.

작가는 떼어내고 이어붙이는 편집 방법인 몽타주 기법과 몽타주로 완성되는 영화 매체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켰다. 화면 가장자리를 둘러싸는 강조된 어둠의 표현은 극장이라는 환영의 공간을 의식하게 한다. 화면 전반에 그려진 검은 얼룩은 이물이나 부식 등으로 인한 필름의 손상을 연상시키며, 평면 스크린과 입체적 환영 사이에서 망각하고 자각하는 영화관람자의 이중적 위상을 부각시킨다. 영사기의 빛을 통해 함께 투영되었을 노이즈들은 영화 매체의 물질성을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매체의 오랜 시간성 또한 표현해준다.

가상으로서 스크린 위 환영과 그 매력을 작품은 함께 포착한다. 극적인 영화 장면과 그곳에서 환기되는 영화적 장치를, 즉 영화 내·외부의 이중적인 실재와 시선을 동시에 회화의 한 장면으로 남긴다.

‘영화와 미술’은 같은 해 두 번 개최됐다. 1부 격인 첫 번째 전시에서는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던 다양한 미디어 그룹과 국내 기반으로 활동 중이던 작가 개인들이 참여했다. 2부 격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의 이미지들: 비디오그래피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게리 힐, 빌 비올라, 브루스 노먼 등 해외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 23편을 상영했다. 이 전시를 계기로 박은진의 작품 이외에도 1부 전시에 참여했던 강홍구, 박동주의 작품이 부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되었다. 강홍구의 사진 ‘도망자-광주사태’는 영화의 장면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하여 영상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고, 박동주의 영상 ‘피레네의 성’은 르네 마그리트의 동명의 평면회화를 3차원의 동영상으로 제작해 미술을 영상적인 감각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강선주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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