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음식 먹지 마세요” 학원가 ‘마약 음료’ 초비상
서울 대치동 발생 사건 여파
“전단지 끼워 주는 주스 등 금지”
부산시교육청, 마약 예방 교육
“시험 기간이 되면 습관적으로 에너지 음료를 먹는데, 정말 섬뜩했어요.”
12일 오후 6시께 찾은 부산 연제구 거제동 학원가에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혹시나 주변에 일명 ‘마약 음료’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사직고등학교 1학년 박 모(16) 양은 “뉴스를 보고 나도 모르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부산 주요 학원가에도 ‘마약’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에 좋은 음료 시음행사’라고 속여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사건의 여파다.
부산의 학부모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윤수지(40) 씨는 “엄마들끼리도 학원 전단지에 끼워 주는 사탕, 주스 등을 절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김 모(43) 씨는 “‘마약 떡볶이’처럼 음식에 마약이 붙어있으니 엄청나게 맛있다는 뜻 정도로 생각하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며 “중독의 위험성을 아이들이 좀 더 알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들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부산의 한 대형 중·고등 과학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남이 주는 음료 등을 절대 받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학원 강사들이 불안한 마음에 밖에 나가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초등 수학학원 원장은 “아이들을 부모에게 인계할 때도 부모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마약 사건 이후 전방위적으로 학생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10대들이 마약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해외 직접구매 등 청소년들이 손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10대 마약 단속 건수는 2021년 19명에서 2022년 31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관계자는 “타인에게 받은 음식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즉시 112에 신고하고 혹시나 친구에게서 권유받게 되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0일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641개 초·중·고등학교 등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을 상대로 한 마약 예방 안전 교육을 당부했다.
또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별 연 2회씩 ‘유해 약물(마약류 등) 오·남용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남구 성지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모든 학교의 교육을 마무리한다는 게 교육청의 계획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