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국힘 공천 폐지” 황당 요구
기자회견서 또 예상 밖 발언 논란
“당원 수천만 되도록 문호 개방해야”
김기현 대표 “기막히고 어이없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7일 서울 성북구의 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전 목사를 둘러싼 국민의힘 당 안팎의 비난에 전날 그가 '국민의힘 결별'을 예고했지만 이날 회견에 이같은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회견문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방도를 제시하려고 한다"며 "전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발표가 끝나고 단상에 오른 전 목사는 "이것을 수용하면 새로운 정당 창당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연설했다. 이어 "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러분 때문에 대한민국을 북한에 내줄 수 없으므로 반드시 광화문을 중심으로 자유 우파, 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연대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당신들의 버릇을 고쳐드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중도층과 젊은이들이 국민의힘을 멀리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국민의힘이 보여준 공천을 둘러싼 분열상과 이를 위한 줄 세우기”라며 “이제 공천권이란 법에도 없는 비민주적 특권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천권을 없애려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이나 지사, 시장, 군수 등 후보도 당내 경선을 통해서 뽑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전국민 당원가입운동을 통해 당원 수가 수백만 수천만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목사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응답을 기다린다”며 “지금까지 정당 민주화를 요구했던 모든 분과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의 결별 입장은 바뀐 건가’라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전 목사는 “국민의힘과 결별은 신당 창당”이라며 “이를 선포했더니 국민의힘 측에서 많은 분이 ‘목사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에 더 많이 있는데, 왜 홍준표 (대구시장) 등 몇 사람 때문에 우리를 버리냐’고 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 목사를 둘러싸고 내홍이 이어졌다. 지난달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등 발언에 당내에선 “지도부가 전 목사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내 설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김기현 대표와 신경전을 벌여왔다. 홍 시장은 앞서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 잡힌 당도 아닌데 (전 목사에게는) 김 대표가 말 한마디도 못 하고 나를 질타하냐”고 비판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최근 김 대표 등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운 뒤 국민의힘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되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지금 결별이란 말은 쓰지 않겠다”며 “(전 목사가) 잘못한 걸 고치고 그러면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로 인한 당 내홍에도 명확히 선을 긋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