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 활성화 기대하며
정홍열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필자는 직장인 대학교와 집이 가까워 날씨가 좋은 날엔 자주 학교까지 걸어다닌다. 화창한 날씨에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영도의 해양클러스터 연구기관을 거쳐 해양박물관을 지나 탁 트인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출근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출퇴근 길도 한 장소에 이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해양박물관 옆에 있는 국제크루즈터미널이다. 우리 학부 석‧박사 과정에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있었는데, 학생을 찾으면 남포동이나 중앙동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크루즈선을 통해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면 시내 가게 주인들이 학생들을 불러 통역을 부탁한단다. 가게 주인은 중국 학생들을 필요할 때만 부르고, 학생들도 잠깐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용돈을 버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인 크루즈 승객들로 북적되던 터미널이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점점 적막한 장소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텅 빈 국제크루즈터미널을 수 년째 지나다니다 보니 경제학 전공을 한 필자의 직업병이 도져서인지 가끔 이런 저런 의문이 생긴다. 언젠가 시내에 볼일이 있어 부산대교를 지나다 보니 옛 연안여객터미널에 우리 학교 실습선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였다. 학교 계류장에 공간이 없어 이곳에 정박시켜 놓은 것 같은데, 학교 바로 옆 국제크루즈터미널은 비워둔 채 이렇게 부산대교까지 와서 정박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크루즈터미널에는 대형버스가 6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전용 주차장도 있지만, 이 주차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영도구민을 위한 예방접종센터로 잠시 활용되었던 것 외에는 항상 텅 비어 있다. 주말에 산책을 하다 보면 인접한 해양박물관 주차장은 방문객 차들로 가득 차 있지만, 터미널 주차장에는 애완견들만 뛰어다닌다. 크루즈선이 안 들어온다고 육지에 있는 이 대형 주차장까지 몇 년째 공터로 방치해 놓아야 하는가? 물론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근거로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1000억 이상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 설립한 시설을 이런저런 이유로 수 년째 방치해 놓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코로나 시대도 끝나가고, 각종 매체에서는 외국의 크루즈선이 국내에 입항했다는 소식과 크루즈 여행객을 모집한다는 광고들이 계속 실리고 있다. 해수부도 크루즈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제2차 크루즈 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속초항 출발 크루즈체험단 모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길에 보는 영도의 국제크루즈터미널은 아직 조용하기만 하다. 오히려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이 도심에서 멀어 불편하다는 이유로 초량동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꽉 차 여석이 없을 경우에만 대안으로 활용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실정이면 영도의 국제크루즈터미널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빈 공간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전 세계적으로 크루즈 산업이 회복되고 있는 지금, 터미널 시설의 현대식 확장이나 낚시 체험, 태종대 연계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 하루빨리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과거 전성기 때처럼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꽉 차고, 승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로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퇴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