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봉투'에 고개 숙인 민주, 당 전면 쇄신 나서라
압수수색 닷새 만에 이재명 대표 사과
한 치 의혹 없는 수사로 사실 밝혀야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지난 12일 민주당 윤관석 의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이후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던 민주당으로서는 닷새 만에 급격한 국면 전환이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94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전당대회 결과 송영길 후보는 홍영표 후보를 0.59%포인트(p)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집권 여당의 뇌물을 동원한 불법적인 매표 행위 의혹이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 정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건이자 명백한 범죄 행위다.
무엇보다도 도덕성과 민주화 투쟁을 내세우는 민주당으로서는 정당으로서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당선되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 “봉투 10개를 만들었더만”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돈 봉투) 세 개 뺏겼어” “돈, 내가 내일 주면 안 돼?” 등 3만여 개에 이른다는 송영길 후보 캠프 당사자들의 녹취 파일은 집권당의 공인으로서 과연 입에 올릴 수 있는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게 할 지경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으로 표를 사는 것(매수 및 이해유도죄)은 정당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대 범죄이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사과 직전까지 민주당은 이를 바로잡거나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덮기에 급급하는 등 후안무치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 ‘정치 탄압’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오죽했으면 당 내부에서조차 “이런 쓰레기 같은, 시궁창에서만 볼 수 있는, 냄새 나는 고약한 일이 벌어진 데 할 말이 없다”라는 한탄이 흘러나올 정도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정당이라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2021년에는 집권 여당이었고, 지금도 170여석의 거대 야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반성하며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언론 보도용 사과 제스처가 아니라, 당 깊숙이 뿌리박은 부패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사를 5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정당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프랑스에서 조기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도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뚜렷한 물증과 증언, 탄탄한 법리로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자칫 검찰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한 치의 의혹도 없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