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에 빚투… 청년 취약 대출자 1년 새 4만 명 늘었다 (종합)
대출 3곳 이상 저소득·저신용자
전체의 36.5%가 30대 이하
이차전지 테마주 급등 등 원인
가계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상승
30대 이하 청년층 취약 차주가 작년 한 해에만 4만 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시대 ‘영끌’이나 ‘빚투’에 나선 청년층이 금리가 급격히 치솟자 후폭풍에 직면했다.
1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취약 차주는 4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취약 차주(126만 명)의 36.5%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동시에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일컫는다. 전체 취약 차주는 1년 동안 6만 명 증가했는데, 30대 이하 청년층에서만 4만 명이 늘었다.
지난해 말 전체 취약 차주의 대출 규모는 93조 9000억 원이다. 1년 전보다 1조 1000억 원 증가했다.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 연령대에서 다시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30대 이하 0.5%, 40·50대 0.6%, 60대 이상 0.7%로 집계됐다. 모두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연체가 급증하면서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1.1%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6조 4000억 원으로, 1년 전(5조 1000억 원) 대비 1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청년 다중채무자는 올해도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에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고,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자 빚투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청년층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없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앞세워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20대 이하와 30대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30%를 넘어섰다. 이들 2030 세대의 비중이 30%를 넘긴 것은 2년 만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빚투도 부활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이달 13일 기준 19조 5933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조 2457억 원 불어났다. 특히 코스닥이 10조 1422억 원(13일 기준)으로 코스피(9조 4510억 원)를 넘어선 상황이다.
진 의원은 “고금리 추세에서 취약 차주의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국민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